WHO(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선언한 지난 11일(현지시간)을 기점으로 전 세계 주식시장은 한 번 더 패닉에 빠졌다. 특히 코스피·코스닥은 바닥을 알 수 없다.
1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33.56포인트(8.39%) 떨어진 1457.64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2009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400대에 진입했다. 코스닥은 전날보다 56.79포인트(11.71%) 떨어진 428.35를 기록했다.
세계 증시와 비교해도 코스피·코스닥 하락세는 가파르다. 11~18일 코스피·코스닥 하락률은 각각 16.22%, 18.55%였다. 같은 기간 주요 증시는 △미국 S&P500 -12.52% △미국 다우산업 -15.52% △미국 나스닥 -12.10% △일본 닛케이225 -13.85% △중국 상해종합 -8.08% △홍콩 항셍 -11.65% △영국 FTSE 100-13.54% △프랑스 CAC 40 -18.55% △독일 DAX30 -19.13% 등이었다.
프랑스·독일 다음 가는 큰 폭 하락률인데, 확진자가 이제 막 급증하기 시작한 유럽보다 한국 증시가 맥없이 무너지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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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기 둔화 우려...수출 의존도 높은 한국 '팔자'━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둔화하면 공산품 수요가 줄어 전 세계 제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작년 7월부터 외국인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을 많이 담았는데, 위기 상황이 되자 샀던 주식을 팔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달 24일 이후 삼성전자 5조6195억원 △SK하이닉스 1조4118억원 △삼성전자 우선주 7106억원 △현대차 6860억원 △SK이노베이션 3387억원을 순으로 매도했다. 국내 증시가 유동성과 개방성이 높고 거래 시스템이 선진국 수준인 점도 영향을 미친다. 외국인이 사고팔기 쉬운 여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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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통화 아닌 '원'…외인 자금 빠져나가━
예컨대 외국인이 원/달러 환율 1000원일 때 10달러를 들여 A회사 주식 1주를 샀다고 가정해 보자. 주식 가격이 변동이 없다고 할 때 원/달러 환율이 2000원으로 오르면 A주식을 팔아 환전하면 5달러가 된다.
지금처럼 전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해 안전자산인 달러의 가치는 계속해서 올라가니 외국인 입장에서는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파는 것이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원화는 아직 달러나 엔화처럼 기축통화로 인정받지 못하고 기본적으로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며 "코로나19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 외국인 자금유출에 따른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지난 1월21일부터 지난 16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에서 13조91억원 어치를 매도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40원 오르면서 1285.7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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