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강도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시장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달 들어 직전 거래가격보다 20~40% 하락한 단지가 속출했다. 이 중 일부 거래는 중개업소를 거치지 않은 개인 간 ‘초급매’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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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업소 모르는 개인 급매 거래 성사 ━
이 단지 같은 평형의 지난달 실거래 3건 평균가격은 3억6400만원이었데 이보다 39.56% 떨어진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2017년 5월 거래가격(2억5000만원)보다 낮다. 최근 3년간 상승분을 반납한 사실상 ‘원상회복’ 거래인 셈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도 내심 놀란 분위기다. 단지 인근 A 중개업소 대표는 “해당 평형은 최근 급매 시세가 3억6000만원 수준이고, 이 금액으로는 단지에서 가장 작은 10평(전용 27㎡)도 사기 힘들다”며 “지역 공동중개망에 등록되지 않아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고 개인 간 직거래로 보인다”고 했다.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맨션2차 전용 66.87㎡(8층) 매물은 지난 11일 7억3000만원에 팔렸다.다. 2월 등록된 같은 평형 4건 평균 매매가 9억7375만원에 비해 25.01% 하락한 금액이다.
단지 인근 B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 같은 평형 시세가 10억원 선이었는데 최근엔 8억원 안팎으로 내렸다”며 “그래도 저 가격대면 집주인이 급하게 판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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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단지도 급매 사례 잇따라 ━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전용 58.08㎡(1층)은 이달 2일 22억6000만원에 매매됐다. 2월 등록한 같은 평형 매물 3건 평균가 26억5666만원보다 14.93% 내렸으며 최고가(31억5000만원)에 비해선 8억9000만원 하락한 수준이다.
다만 해당 지역 중개업소들은 일반적인 거래가 아니며 최근 시세와도 차이가 크다고 설명한다. 잠실 C 중개업소 관계자는 “16억원 거래 소식을 듣고 매수자들의 문의가 늘었는데 현재 이런 가격대 매물은 없다"고 했다. 개포동 D 중개업소 대표는 “22억6000만원짜리 거래는 급매로 추정될 뿐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고 했다.
최근 가격급등세로 조정대상지역에 새로 편입한 수원시 영통구, 팔달구에서도 이달 들어 직전 매매가보다 20% 정도 하락한 거래가 성사됐다.
시세를 크게 밑돈 거래는 증여나 가족 등 특수관계인 거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증여일 산정 시기와 세금 부과 기준을 고려하면 시세와 수억원 차이나는 저가 양도는 어렵다.
때문에 업계에선 이런 현상이 다주택자들이 5월 말까지 주택을 처분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덜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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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발 경기 충격에 급매 늘어날까━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일정한 소득이 없는 고령자나 은퇴자 가운데 일부 다주택자는 주택 수 줄이기에 나설 것”이라며 “조정대상지역에서 10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한시적 양도세 중과 배제 기한인 6월 이전에 매물을 내놓거나, 매각이 여의치 않으면 자녀에게 부담부증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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