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있는 (노조의) 행동이 조합원 위상을 강화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이하 현대차 노조)가 지난 16일 소식지를 발간해 노조원에게 전달한 메시지다. 투쟁보다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사태에 따른 생산량 만회에 앞장서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전례 없는 감염병 위기 상황에 사측에 딴지를 걸기보다는 노사 화합으로 경영 정상화를 이루는 것이 조합원 이익을 극대화하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이다. 노조가 이런 입장을 선언한 것은 현대차가 코로나19 위기 사태를 극복하는데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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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귀족노동자'라는 불명예 벗자"━
하지만 지난 1월 '8대 집행부'가 출범하며 이런 노조에 변화가 감지된다. 이상수 노조위원장이 이끄는 현 집행부는 ‘중도·실리’ 노선을 택하고 있다. 강경 투쟁 중심의 이전 집행부들과 달리 노조원 전체의 실익과 고용 안정을 중시한다는 평가다.
이 위원장은 실제로 당선 직후 "명분도 실리도 없는 파업은 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는 "4차 산업시대에 내연기관 자동차가 많이 줄어드는 게 기정사실인데 고용 안정을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다"며 "정파와 계파 간 이념 및 명분에 집착해 현장과 동떨어진 상급단체의 '뻥' 파업에 무조건 따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소모적이고 소득 없는 협상을 청산해 귀족노조라는 오명을 벗겠다"고도 했다.
현대차 노조의 이런 변화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변화와도 맞물린다. 전기차 같은 미래 모빌리티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내연기관은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 특히 생산라인 근로자 감소가 불가피하다.
자동차업계는 현대차가 중장기 목표에 맞춰 현행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나 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대체할 경우 현 생산인력 30~40%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 상당수 조합원의 고용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국 제네럴모터스(GM) 같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은 엄청난 감원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현장 문화를 개선하고 품질력과 생산성 만회를 통해 고객신뢰를 회복하자"고 앞장 서는 이유도 "바뀌지 않으면 퇴사"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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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극복 ‘한마음’… 주말 특근도 원활하게 진행━
코로나19로 공장이 휴업했지만 사측은 평균임금의 70%를 보전해줘 휴업이 길어질수록 고용은 더 불안해진다. 노조가 먼저 연장근로와 특근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현대차는 지난 7일부터 울산·아산공장에서 주말 특근을 재개했다. 지난 2월 코로나 사태 초기에 생산차질을 만회하기 위해 사측이 특근을 요청했는데 노조가 그대로 수용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제네시스 GV80, 그랜저, 팰리세이드 등 신차들이 잘 팔리면서 모처럼 실적 기회를 잡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날릴 순 없지 않느냐"며 "경직된 논리에 집착하기보다 생산량 만회에 나서는 것이 노조원 전체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사측은 이에 힘을 받아 추가로 특별연장근로를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긍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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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리스크’ 해소할지 올해 임단협 '최대 고비'━
하지만 노사의 고비는 아직 남아 있다. 이르면 내달부터 시작하는 ‘2020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이 최대 난제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20일 대표·대의원 선거 당선자를 발표하고 이달 안에 임시대의원 대회를 거쳐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노사 입장차가 커져 임단협 협상이 장기화한다면 노사 화합 분위기는 깨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 집행부가 분명한 노선 차이로 많은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는 것에 희망을 건다"며 "단 임단협 시기에는 노조 강성파 목소리가 커지는 현상을 잘 넘겨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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