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에 대한 외국인 입국을 막는 국가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국가는 자국에 체류 중이던 외국인의 출국까지 막으며 전세계 각지에 발묶인 한국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페루 등 입출국 봉쇄를 동시에 한 국가 내 한국 국민 지원을 위한 협의를 해당국가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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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지도 못하게 하는 페루…150명 발묶였는데 정부 아직 "협의 중" ━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선 공관에서 명단을 확보해 페루 정부에 출국해야 하는 국민들의 명단을 전달했다"며 "전체 항공운항을 못 하게 해 미국, 중국, 일본 등 국가가 같이 모여 회의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페루에서 예외적 출국 조치를 어떻게 하겠다는 보고를 받지는 못했다"며 "주한 공관 또 주 페루 한국 공관 통해서 주재국 외교부와 협의하고 있고 여타 해당되는 나라들하고 같이 공조해서 협의 중"이라 했다.
페루에 전세기 투입을 검토하는 지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입국자를 아무런 사전예고 없이 못나가게 한 페루에 책임이 있다"며 "(페루가) 비행기로 내보내주게 해야되고, 여러 방안을 페루가 다 거부하면 국민보호 최우선해서 감안해야겠지만 아직 그 단계(전세기 투입)는 아니고 지금은 페루 정부에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닐라가 포함된 필리핀 루손섬 봉쇄와 관련해서는 "우선은 한국만 해당되는 게 아니니까 현지 공관과 같이 공조해서 특히 여행객들이 일단 출국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계속 해나가야 할 것으로 봐 협의 중"이라 밝혔다. 전세기 투입 여부에 대해서는 "외교부 본부 차원에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필리핀은 17일 0시부터 다음달 13일까지 루손섬을 봉쇄한다고 대통령 담화를 통해 전날 밝혔다. 이 기간 루손섬은 대중교통 운송이 중단되고, 생필품 구입 등 필수적 외출 외 이동이 금지된다. 루손섬에는 필리핀 교민의 약 3분의 2인 5만∼6만명이 체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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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민간 주도 전세기' 투입━
이 당국자는 "이탈리아는 상업적 측면에서 정부 개입 없이 자체적으로 항공편을 마련하는 경우"라며 "이탈리아에 계신 분들이 대개 유학생, 교민이라 왕복 항공권을 구입하게 돼 항공사 입장에서도 채산성이 맞을 것"이라 했다.
이 당국자는 "(대한항공도) 사회적 책임 등의 측면에서 협조한 걸로 보인다"며 "(정부 주도) 전세기 투입은 어려운데 이렇게 임시 증편하듯 띄우면 쉽다. 직항이 있던 곳은 이런 방식을 차용하는 게 쉽고 정부 부담도 덜 들어가는 모델이 될 수 있어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다른 국가에서 아직 이탈리아 사례 처럼 민간 기반의 특별항공편 운항이 추진되는 움직임은 없지만 늘어날 것으로 로 내다봤다. 이 당국자는 "이탈리아 외 다른 곳에서 그런 움직임은 아직 없다"면서도 "그러나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 이 당국자는 봉쇄가 강화되고 있는 유럽 지역에 대해서도 "전세기는 아직 검토 안 한다"고 했다. 그는 "페루 등과는 조금 다르다"며 "출국을 막거나 하진 않고 항공기가 계속 뜨고 있다. 항공편으로 출국하는 건 일부 제약이 있겠지만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외국인의 EU 여행을 30일간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이 방안이 17일 EU 정상들의 화상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 당국자는 "비필수 여행이 30일간 금지 돼 들어갈 때 제약이 가해질 걸로 예상된다"며 "기업인도 포함이 돼 예외적으로 입국이 되도록 협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세기 운항은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당국자는 전세기 투입은 "우한 처럼 항공편이 없는 경우 정부가 백업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처럼 교민들이 항공사와 협의로 항공편을 증편하는 게 가능한 지역엔 전세기 투입을 우선 고려하지 않는다는 게 정부 원칙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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