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대부의 경고 "기업부채 심각, 잘못하면 큰일"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20.03.17 12:21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 겸 회장인 레이 달리오 / 사진제공=권성희

"수많은 미국 기업들과 산업에 부채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결국 리스트럭처링(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레이 달리오 회장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달리오 회장은 "이같은 상황은 기업들이 파산절차를 통해 연명케 할 것이고, 이는 기업을 더욱 쇠약하게 하고, 결국에는 '녹다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이는 큰 정치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달리오 회장은 1975년 소규모로 시작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40여 년 동안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로 성장시켰다. 특히 2008년 전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 위기를 정확하게 예측,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 또 한 번 주목받았다.

삽화_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마스크,우한, 우한폐렴 / 사진=김현정디자인기자




◇"코로나와 0%금리 결합...걱정"

달리오 회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0% 금리 바닥에 대한 고찰'이란 글을 통해 '부채 문제'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우선 달리오 회장은 "코로나바이러스가 경기침체를 불러온 원인이 됐다는 사실에 나 자신도 놀랐다"고 털어놨다. 이어 "극도로 심각한 전염병인 코로나19가 경제에 많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 하나만 놓고 볼 때는 무섭지 않았지만, 이것이 0% 금리 바닥을 찍은 장기금리와 맞물리는 것은 정말 걱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장기금리가 0%를 터치했다는 것은 가시적으로 모든 자산 클래스가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금리 인하의 긍정적 영향들이 앞으로 거의 나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부분의 투자자와 사업들이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부채에 기반한 레버리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자산가치 하락으로 인해 훨씬 큰 재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달리오 회장은 "금리 0%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부양 도구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됨을 의미한다"며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고 부채자산들을 사들이는 것은 예상만큼 잘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 상황에서 채권가격이 더 이상 높은 수준으로 갈 수도 없고, 경제적 문제가 발생한 주체의 다른 자산들을 사주기 위해 팔릴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코스피가 하락 출발한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전일 대비 72.57p 하락한 1,642.29p가 표시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실질금리 오르고 신용 축소

달리오 회장은 "앞으로 유가와 상품 가격의 하락, 경제 침체, 그리고 더 많은 신용 문제들로 인해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또는 디플레이션(deflation)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기업이나 개인 등이 실제 부담하는)실질금리는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 수준은 오르지만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이다. 디스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현금을 선호하고 지출을 줄여 궁극적으로 경제적인 생산활동이 위축되는 악영향이 발생한다.

디플레이션은 경기 침체를 동반한 물가 하락이 발생하는 현상으로, 구매력 감소로 소비가 위축되고, 물가 및 자산가치 하락, 기업수지 악화, 임금 하락 등으로 이어진다.

그는 "만약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면, 크레딧 스프레드 상승은 신용도가 낮은 채권에 부담을 높일 것이는 동시에 신용 대출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이는 신용 축소, 디플레이션 압력 및 성장에 부정적인 압력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중국 잘한다" 호평

중국 시장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달리오 회장은 "목표와 규모 측면에서 가장 적절하게 갖춰진 재정, 통화정책 대응이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며 "이는 중국이 재정, 통화정책을 조율하는데 다른 나라보다 우월한 능력을 갖고 있고, 정치적 분쟁을 훨씬 빠르게 차단할 수 있으며, 매우 똑똑한 경제정책 입안자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은 지금까지 인프라 투자를 제외하고 GDP의 약 1.2%에 해당하는 규모의 재정정책들을 발표했고, 지방정부들도 보조금을 포함해 재정지원 정책들을 내놨다"며 "중국 인민은행은 시장조작을 위한 여유가 아직 많다"고 진단했다.

[우한=신화/뉴시스]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1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해 코로나19 예방 및 통제 작업을 점검하면서 현지인, 경찰관, 의료인,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과 대화하고 있다. 2020.03.11.



◇"문제 핵심 건드릴 대규모 재정정책 필요"

달리오 회장은 "0% 금리와 중앙은행의 도구 부재로 인해 앞으로는 이번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취약점을 건드릴 만한 더 큰 규모의 재정적 부양책이 필요해졌다"며 "이와 동시에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낮추면서 대규모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앞으로 부와 정치적 격차는 이번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정치적 능력들을 시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달리오 회장은 자신의 글을 통해 “현금이 많은 상태에서 단기적 충격을 받은 기업은 회복할 수 있지만, 단기 부채가 많은 기업은 위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달리오 회장은 "이번 사태는 이 같은 이벤트에 대한 보험을 제공한 측과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보험에 들지 않은 사람 모두를 전멸시킬 만한 100년에 한 번 일어날 재앙"이라며 "앞으로 시장 플레이어들이 압박을 받으면서 시장은 펀더멘털 분석보다는 현금흐름 이슈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많은 시장플레이어들이 이 과정에서 도태되면서 훌륭한 현금 창출 능력을 갖춘 일부 회사들의 매력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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