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수입 100만원→5만원"…어느 사진관의 '비명'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20.03.16 14:27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11일 오후 부산 동구청 광장 앞.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종합사회복지관서 개최한 행사에 한 남성이 있었다. 아이들 긴급 지원을 위한, 물품 포장을 하는 현장이었다. 그는 이곳 저곳을 다니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그에게 다가가 사연을 물었다. 재능 기부를 하는 중이라 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정모씨였다.

사진을 찍은지는 23년 됐다. 처음엔 오래할 생각이 아녔다. 직업 여러 개 중 하나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사진 찍는 게 생각처럼 잘 안 됐다. 오기가 생겼다. 그렇게 매달리다가, 문득 뒤돌아보니 꽤 깊이 들어와 있었다. 이젠 다른 걸 할 수 없게 됐다.

스냅 작가로 일하다 지난해 9월, 마침내 사진관을 차릴 수 있게 됐다. 대출은 7000만원 정도 받았다. 한 달에 50만원 정도는 시설 투자도 꾸준히 했었다. 정씨는 "이 정도는 해야, 손님들이 뭔가 달라졌구나 느낀다"고 했다. 애정 담긴 가게였다.

그럭저럭 됐지만, 사진관만으론 좀 힘들었다. 출장가서 찍기도 하고, 여러 손님들 요구도 다 들어줬다. 아무것도 없는 사진에 "건물을 합성해달라"는 이도 있었다. 스튜디오 일을 같이 하는 아내는, 돌잔치 행사 전 미리 세팅해주는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100만원 수입이, 5만원으로


그러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정씨는 처음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별 것 아니라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데 신천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증했고, 사진관도 직격탄을 맞았다. 돌잔치, 결혼식 등 모이는 행사가 있어야 사진을 찍는데, 예약했던 건수가 줄줄이 다 취소됐다.

사진관 수입도 말도 안 되게 줄었다. 2월 중순부터는 매출이 하나도 없단다. 정씨는 "지난달 대비 수입이 5% 수준"이라고 했다. 100만원 벌었다고 하면, 5만원만 번다는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임대료 등 고정 비용은 다 나가고 있다.




기존 대출 있다고, 긴급 대출도 '거절' 당해



그러면서 가장 먼저 생각이 난 건 아이들이었다. 첫째가 딸, 둘째와 셋째가 아들이다. 아직 초등학생이라 돌봄이 필요할 나이다. 안타깝지만, 비용을 이것저것 조금씩 줄일 수밖에 없게 됐다. 정씨는 "매출이 줄어들 것 같다 예상되니, 애들부터 신경이 쓰이더라"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저 버티는 수밖에 없다 생각할 무렵, 신용보증재단 같은 곳에서 우편물이 날아왔다. 자영업자를 위한 긴급 대출을 해주겠다고 했다. 정씨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 문의했다. 그랬더니 그쪽에선 "기존에 대출이 있는 사람은 안 된다"며 거절했다.

희망을 접었지만, 납득이 잘 안 됐다. 정씨는 "어차피 처음 대출을 받는 사람은, 코로나19와 무관하게 잘 받을 수 있다"며 "갑자기 상황이 어려워져서 추가 대출을 받으려는 건데, 그러면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는데…"하며 말끝을 흐렸다.

"저는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그가 운을 띄웠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요즘엔 폐업해야 하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다음달도, 다다음달도, 들어갈 비용이 나오니까요. 이쪽 업계 사람들은 다들 매출이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정씨는 오늘도 키즈카페 등을 돌며 이것저것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다.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놀러 다녀도 괜찮다. 아프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그렇습니다"라며 "오죽 답답하면 그럴까요"라고 토로했다. 지금 상황을 이해는 한다고, 그렇지만 너무 힘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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