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의결권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 곳 중 한 곳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하 지배구조원)이 조원태 한진칼 회장의 연임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한진칼 주주총회 안건과 관련한 의결권 자문사 의견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원태 한진칼 회장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 등 이른바 '조현아 3자 연합'과 경영권을 두고 오는 27일 정기주총에서 표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국민연금이 조 회장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최종 싸움에서도 조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
한진칼 측 이사진 전원에 '찬성', 3자 연합 측에 '기권' 제안━
지배구조원은 반면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등 사내이사 후보 2명 및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등 사외이사 후보 4명 등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사실상 3자 연합 제안에 대해 기권하라는 의미다.
지배구조원은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은 기업의 장기적 주주 가치 제고를 핵심 원칙으로 주주권 보호 및 주주 간 평등 대우, 이사회의 효율적 구성과 운영, 주주와 기업에 대한 책임경영,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 등 4개 세부원칙으로 구성돼 있다"며 "양측이 제시한 안건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의 핵심 원칙과 세부 원칙에 가장 부합하는 안건에 대해 찬성투표를 권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한진칼 이사회는 외부 주주가 지적한 한진칼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한진그룹은 지배주주 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를 대한항공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키거나 흡수합병함으로써 향후 부당지원 행위가 발생할 여지도 차단한 바 있다"고 했다.
━
"3자연합 이해관계 불일치, 공통철학 있는지 의심"━
이어 "KCGI와 달리 두 주체는 연합을 구성하기 전 한진칼의 지배구조와 자본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없고 입장문에서 KCGI가 추구하는 한진칼 변화에 나머지 주체들이 진정 동의하는지가 불분명하다"며 "향후 3자 연합의 영향력 하에 이사회가 운영된다고 할 때 3자 연합 주체들이 공통의 경영 철학으로 회사를 운영할지에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지배구조원은 "한진칼 이사회는 KCGI가 기존에 요구한 사항에 대해 어느 정도 개선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외부 주주가 요구하는 지배구조와 재무개선의 의지를 보여주고 한진칼의 장기적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한 점이 인정된다"며 "한진그룹 주요 업종인 항공산업의 업황이 심각한 수요부진을 겪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영진을 교체하는 결정이 기업가치 제고에 부합할지 의심이 된다"고 평가했다.
반면 "3자 연합의 경우 그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불투명한 상황이며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제안한 후보의 전문성이 특별히 한진칼 이사회 측 후보에 비해 더 높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
팽팽한 양측 지분율, 지분매집 경쟁 지속 중━
다만 사우회 소속 직원들이 이번 주총 안건 표 대결시 찬반 투표를 어떻게 할지 내부 직원 투표로 방향을 정하기로 하면서 지분율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이에 맞서는 조현아 3자 연합은 조현아 전 부사장 6.49%, KCGI 17.68%, 반도건설 측 13.3% 등을 확보한 상황이다. 이번 주총 의결권 기준으로는 32% 안팎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확보한 지분율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나 소액주주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한편 조 회장과 3자 연합은 올해 주총에 사용되는 주주명부가 지난해 말 기준 폐쇄됐는데도 지분 매집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이번 주총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 들어 반도건설이 5.02%, KCGI가 0.54%를 더 매입했다. 델타항공도 4.9%를 추가로 샀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