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매달린 역작 'XM3'..개발자가 꼽은 흥행비결 3가지는

머니투데이 용인(경기)=이건희 기자, 최석환 기자 | 2020.03.15 17:24

[MT리포트-르노삼성 다시 달린다]②

/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꼬박 4년이 걸렸다. 르노삼성자동차가 'XM3'를 세상에 내놓기까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2016년 프로젝트를 시작한 뒤 공식 출시일인 지난 9일까지 XM3 개발진은 한시도 긴장을 풀지 못했다. 회사를 살릴 역작을 만드느냐, 아니면 개발진만 애착을 갖는 평범한 차를 만드느냐.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차량 개발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개발진이 걱정했던 소비자의 마음이 끝내 움직였다. 지난달 20일부터 XM3 사전 계약을 실시한 이래 단 3주 만에 계약 대수 1만1000대를 돌파했다. 이런 계약 속도는 르노삼성이 출범한 2000년 이래 가장 빠른 수치다.

더욱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온 나라의 소비 심리가 꺾인 상황에서 XM3 판매량은 개발진 자신들도 놀랄 만한 성과였다. "제품만 잘 만들면 어떤 상황이라도 수요는 있다"는 이 불변의 법칙이 코로나 창궐 상황마저 뚫었다.

그렇다면 XM3는 과연 어떤 이유로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판매량이 고공행진 한 것일까.

특히 차를 가장 잘 안다는 XM3 개발진의 인기 비결을 듣기 위해 지난 13일 이들을 만났다. XM3의 내장·외장·색상 디자인을 직접 개발한 유병준·오충선·하태훈·김민영 수석디자이너 4인방과 최상규 XM3 개발 총괄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만나자마자 XM3의 인기 이유를 단 3가지로 정리했다.


1. 국산차 브랜드에 없는 '디자인'


'XM3' 개발에 참여한 실무진 모습. 왼쪽부터 최상규 XM3 차량 개발 총괄, 유병준·김민영·오충선·하태훈 르노디자인센터서울 수석디자이너 모습. 차량은 지난해 서울모터쇼에서 소개된 'XM3 인스파이어' 쇼카. /사진제공=르노삼성자동차
첫째, XM3는 세단과 SUV(다목적스포츠차량)의 특성을 모두 갖춘 희귀한 차량이다. 쿠페형이라고 표현하지만 세단형 SUV에 더 가깝다. 쿠페는 2도어가 많지만 XM3는 세단처럼 4도어를 채택했다.

또 SM6와 QM6 등 기존의 차량이 가진 '패밀리룩'을 지키면서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을 구현했다. 국산차 사이에서 독보적인 디자인을 갖추면서 해외에서 봐도 부족하지 않은 모습을 만들어냈다.

르노그룹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로렌스 반 덴 애커 부회장도 XM3를 두고 '아주 매력적인 차'(Very attractive car)라는 평가를 내렸다는 게 실무진의 이야기다.


2.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에 '실용성' 맞췄다


XM3 외관 모습. /사진제공=르노삼성
XM3는 한국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진 국산차다. 앞서 러시아 시장에 출시된 차량 '아르카나'가 참고 대상이지만 개발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차를 만들었다. 개발 키워드가 '진화'가 아닌 '혁신'이 된 셈이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의 취향을 겨냥해 개발하며 집중한 건 '실용성'이다. 일례로 2단 구조의 트렁크로 동급 최대인 513리터를 확보하기 위해 개발진이 직접 종이박스를 잘라 구조를 직접 확인하기까지 했다.

단순히 그림을 그려 시제품 업체에 맡길 일도 직접 하며 소비자 입장을 고려한 시도였다. 모바일 형식에 맞춘 세로형 디스플레이, 대형 컵홀더와 뒷좌석에 키 180㎝의 사람이 앉아도 무난한 높이와 너비도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시도였다.


3. 세대를 가리지 않고 접근 가능한 '가격'


XM3 내부. /사진제공=르노삼성
XM3는 30대와 40대를 겨냥해 초기 타깃으로 만들어졌다. 이 연령대는 가격도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풀옵션을 해도 3000만원 미만으로 책정했다.

합리적인 가성비 덕분인지 최근 XM3는 사회초년생과 60대 이상 액티브 시니어들도 관심을 보이는 차량이 됐다.

여기에 르노와 다임러가 협업해 탑재한 가솔린 엔진을 바탕으로 XM3는 13km/l(리터) 수준을 뛰어넘는 연비와 동력 성능도 갖췄다.

이렇게 만들고 보니 생애 첫 차부터 두 번째 차량까지로 고객의 선택지가 넓어졌다. 지금 같은 시장 반응이라면 올해 내수 목표인 연 4만대 판매 달성은 물론 그 이상도 기대된다는 게 개발진의 기대다.


"XM3, 해외 어디 내놔도 부족하지 않다"


XM3 디자이너들이 공개한 XM3 스케치. /사진제공=르노삼성
XM3를 탄생시킨 이들의 다음 목표는 어디일까. 당연히 전 세계로 시장을 넓히는 것이다. 개발진은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XM3는 해외에 수출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공장의 경쟁력과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소인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RTK)의 실력이 합쳐져 만든 한국적인 모델. 이 정도라면 세계 어디를 가도 팔릴 수 있다는 게 르노삼성의 자신감이다. 현재 르노삼성은 글로벌 본사의 XM3 수출 물량 배정을 잔뜩 기대하고 있다.

개발진은 RTK가 르노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실력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최 총괄은 "XM3 때문만이 아니고 원래부터 RTK의 그룹 내 위상이 높아 핵심 센터와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 수석디자이너도 "RTK 내 디자인센터는 디자인부터 양산 모델까지 독립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곳"이라며 "구성원들도 해외 등 다방면의 경험을 갖췄고, 디자인도 그룹 전체에서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좋은 차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유럽 1위 전기차에 풀체인지 기대작…역대급 신차로 흥행 잇는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르노삼성은 XM3 흥행몰이를 이어받을 신차 5종도 줄줄이 내놓는다. 올 상반기 중 순수 전기차 '조에(ZOE)'와 유럽에서 '캡처'라는 브랜드로 팔리는 QM3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을 선보인다. 특히 3세대 진화를 마친 '조에'는 누적 판매대수가 20만대를 돌파한 유럽 판매 1위 전기차다. 한 번 충전으로 395㎞를 달릴 수 있어 국내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소형 SUV의 붐을 불러온 QM3는 르노그룹의 '퓨처 투 드라이브'(2017~2022년) 전략의 핵심 모델 중 하나다. 르노의 최신 디자인과 함께 자율주행과 관련한 다양한 최신 기술이 대거 적용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파워트레인이 추가될 전망이다.

르노삼성은 하반기에도 상품성이 개선된 'QM6'와 'SM6'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차별화된 서비스와 신차의 상품성이 더해진다면 XM3과 같은 예상을 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이런 분위기라면 내수 판매 10만대 돌파 목표도 상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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