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폭락증시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연기금이 13일 57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증시에 투입했다. 이날 연기금 순매수는 2007년 12월 이후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눈에 띈다. 연기금의 매수세는 IT 대형주 등 국내 증시 주요 업종의 대표주에 집중됐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 정규장 종료 시점까지 연기금은 코스피에서 573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날 연기금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는 2007년 12월 13일 5965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이날 오후 6시까지 시간 외 거래가 이어지는 동안 추가 매수세가 유입될 경우 현 수준(5730억원)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지난 9일 코스피가 4% 이상 하락했던 날에도 연기금은 3932억원을 순매수한 바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3.43% 내린 1771.44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1800 아래로 밀린 것은 2013년 6월 이후 약 7년 만에 처음이다. 장중 낙폭은 더욱 가팔랐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8.38% 내린 1680.60까지 밀리기도 했다. 장중 저점 기준으로 코스피가 1700 아래로 밀렸던 것은 2011년 10월 이후 약 9년만에 처음이었다.
이날 장 초반까지만 해도 연기금의 매수세는 미미했다. 오전 11시까지만 해도 외국인이 4692억원을 코스피에서 순매도하며 낙폭을 키우는 와중에서도 연기금은 216억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었다.
하지만 이날 낮 12시 30분을 즈음해 연기금의 순매수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서며 본격적으로 매수 폭이 커졌다. 오후 1시 30분 2000억원을 넘어선 연기금 순매수 규모는 오후 2시 7분께 3000억원으로 늘었고 정규장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그 폭을 확대해 나가며 2007년 12월 이후 최대치까지 달했다.
연기금이 급락장세에서 우군 역할을 담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9월 글로벌 IB(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 선언을 하면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코스피는 2008년 8월 말 1474.24에서 같은 해 11월 말 914.02로 불과 3개월 만에 38% 급락했다. 이 기간 연기금은 코스피에서 5조9519억원을 사들이며 하락장 방어에 나선 바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미국·중국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초래된 약세장에서도 연기금은 하루 최대 5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연기금의 순매수 규모가 가장 큰 종목은 국내 증시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로 그 규모가 1931억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에도 627억원 규모의 연기금 순매수세가 몰렸다. 이외에 NAVER(+276억원) 엔씨소프트(+173억원) 카카오(+148억원) SK텔레콤(+147억원) 삼성SDI(+143억원) LG화학(+142억원) 현대모비스(+143억원) 삼성전기(+130억원) 등이 연기금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연기금의 순매수세가 본격화되고 있음에도 약세장을 완전히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하루에만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1조2393억원을 순매도하며 개인(4429억원) 및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 전체(6650억원)의 순매수 규모를 압도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장중 7.78% 하락한 4만6850원까지 밀렸다가 장중 한 때 5만1600원(+1.57%)으로 오르며 상승 반전을 시도했지만 끝내 4만9950원(-1.67%)으로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8% 이상 낙폭을 키우며 한 때 7만6000원까지 밀렸다가 장 후반에 8만4700원(+2.29%)까지 상승폭을 키웠으나 장 마감 시점에 0.36% 하락한 8만2500원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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