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패닉' 한국경제, 콘트롤타워가 안보인다(종합)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최우영 기자, 변휘 기자, 한고은 기자, 김평화 기자, 안재용 기자 | 2020.03.13 15:2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코로나19로 나락에 빠진 경제를 건져 올릴 콘트롤타워가 보이질 않는다. 이틀 연속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지만 이 상황을 책임지고 대응할 리더십의 부재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가경정예산 증액 문제를 두고 아군인 집권여당의 공격에 시달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시장안정을 위한 어떠한 대응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임시금융통화위원회 개최 여부를 검토키로 했지만 이미 떠나간 버스에 손을 흔드는 격이다. 뒤늦게 청와대가 금융 당국자들을 불러모아 비상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이미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전쟁중 장수를 바꾸나'…경제수장 흔드는 여당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코로나19 대응 당정청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13일 국회와 정부부처에 따르면 전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추경 확대를 둘러싼 갈등으로 홍 부총리의 '거취'가 거론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해찬 대표가 추경 증액에 난색을 표한 홍 부총리에게 격노해 '해임' 건의를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홍 부총리가 발끈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밤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 방역과 민생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우리 경제의 모멘텀과 힘을 키우고자 총력을 다해왔고, 특히 이 위기를 버티고 이겨내 다시 일어서게 하려고 사투 중인데 갑자기 거취 논란이 나왔다"며 "혹여나 자리에 연연해 하는 사람으로 비쳐질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논란이 확산되자 "일부 언론에서 이 대표가 비공개 최고위에서 '홍남기 부총리에 대해 해임을 건의할 수도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제수장의 체면은 이미 구겨졌다.

국난 극복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당정청 간 의견차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이견을 좁히기 위한 토론과 협의는 합리적인 대안 도출을 위한 과정이다. 일부 논의 주체의 일방적인 의견 개진만 이뤄진다면 협의가 아니라 '강요'다. 홍 부총리의 거취 논란은 당정청 협의가 '강요'로 흐르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을 들게 한다.



'코스피 박살났는데'…거금회의 대신 조찬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9일 오전 서울 정부청사에서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 본격 시행' 관련 합동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경제수장이 아군으로부터 포격을 받는 동안 기재부의 안이한 경제 상황인식도 도마에 올랐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주요 금융사 및 증권사 전문가들을 초청해 조찬간담회를 열었다.

HSBC증권, SSBT, 삼성생명, 미래에셋대우증권, 국민은행 등 국내외 투자 및 금융사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수출입은행, 한국투자공사, 국제금융센터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차관은 향후 "코로나19의 전개 양상에 따라 경제의 부정적 파급효과와 금융시장 변동성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며 "민간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필요시 시장안정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틀 연속 코스피 시장에 사이드카가 발동되고 코스닥에서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는 등 최악으로 변한 시장을 행해 내놓은 메시지 치고는 알맹이없는 메시지라는 비판이 나온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111.65포인트(6.09%) 1722.68로 하락 출발한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때문에 시장에선 정부의 인식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우세하다. 원래 미국 금리인하·미-이란 갈등처럼 시장에 변수가 나타나 출렁거리면 기재부는 거시경제금융회의(거금회의)를 소집해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과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한다. 이를 통해 시장 안정화에 대한 정책의지를 대외적으로 드러내고 정부의 메시지를 던진다.

지난 12일 8년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됐지만 기재부는 거금회의를 열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12일 증시 급락은 한국만이 아닌 전세계적인 현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경기부양 대책이 미약한 데 따른 글로벌 시장의 실망감이 많고, 외국인의 안전자산 선호에 따라 신흥국 시장 전반에서 증시 급락이 나타났다"고 바라봤다.




'시장 다 망가졌는데...' 손 놓고 입 닫은 당국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그룹 CEO·전문가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금융위도 시장을 안이하게 바라보는 건 마찬가지다. 은 위원장은 전날 공개 일정이 없었고, 이날은 오후 4시 주간업무회의만 진행했다. 물론 그 사이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경제·금융상황 특별점검 회의에 참석했다. 하지만 시장 상황에 대한 은 위원장 명의의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금융위에선 내부 회의만 반복될 뿐 시장에 보내는 어떤 메시지 없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기존 대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정책 수장이 '구두 메시지' 또는 관련 업계와 적극적인 업무협조로 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은 위원장이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무능함이 입증된 금융위원장의 해임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내기까지 했다.



미 연준은 빅컷, 한은은 '핀셋 유동성 확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한은도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에 휩싸였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국내수요와 생산활동 위축은 경제적 요인이라기보다는 감염요인에 따른 불안심리의 확산에 주로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이후 일주일도 안돼 기준금리를 0.50%포인트(P) '빅컷' 했다. 호주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0.50%로 내렸다.

결국 한은도 임시 금통위 개최를 검토하고 나섰다. 하지만 국채가격이 급등하고 환율이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를 대폭 낮추면 외국인자금의 이탈만 부채질하는 셈이어서 금리를 충분히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빅컷보다는 채권 매입 등을 통해 필요한 곳에 자금을 공급하는 '핀셋 유동성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시장상황이 요동칠 때는 정부의 시장개입 여부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며 "이틀간 다들 정부 수장들의 입만 쳐다봤지만 아무런 메시지가 없었고 시장은 공포에 휩쓸려 나가떨어졌다"고 말했다.



뒤늦은 청와대 긴급회의...'컨틴전시 플랜' 진짜 있나?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경제·금융 상황 특별 점검회의’에 참석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보고를 받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3.13. photo@newsis.com
청와대는 시장이 공포에 휩싸이자 뒤늦게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긴급 경제·금융 상황 특별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엔 홍남기 부총리를 비롯해,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주열 한은 총재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는 과거에 하지 않았던 대책을, 전례 없는 대책을 최선을 다해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비상시기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해 놨다는 컨틴전시 플랜 자체가 없거나 현 상황과 맞지 않는 계획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 명예교수는 "미국은 시장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자 연준 금리를 0.5%포인트 발빠르게 내리고 재정확대·경기부양에 대한 정부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이 신속히 전했다"며 "우리 정부는 마스크나 잡으러 다니지 시장을 돌볼 생각이나 계획이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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