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EP FI(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 한국 대표를 맡고 있는 임대웅 에코앤파트너스 대표(사진)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비재무적 성과지표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중요성이 부각돼 왔다"며 "ESG 중에서도 E(환경), 환경 중에서도 기후변화 부문에서의 규제환경 변화가 실물경제와 금융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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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정책과 금융의 공조, 한국서도 9개사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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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은행, 보험사, 기관투자가 등의 주도로 출범시킨 UNEP 지속가능 금융 이니셔티브는 기업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한 민간 부문의 기업·단체들이 금융활동을 통해 환경 측면에서의 지속가능 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결성됐다. UNEP FI는 그동안 책임투자원칙(PRI), 지속가능보험원칙(PSI), 책임은행원칙(PRB) 등 ESG, 책임투자, 녹색금융, 기후금융, 지속가능금융의 이정표를 제시해오고 있다.
임 대표는 "최근 4~5년간 지속가능금융 시스템은 금융기관의 자율적 방식 뿐 아니라 정책 당국을 중심으로 한 탑다운(Top-down, 상의하달) 방식으로 점차 제도화되고 있다"며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FSB(금융안정화위원회), EU 금융안정부서, NGFS(중앙은행·금융감독기관의 녹색금융 네트워크) 등 전 세계 금융감독 기관 및 정책 관련 주요 기관을 중심으로 기후변화를 금융안정성에 통합시키기 위한 노력이 급진전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금융기관은 투자자 자금이나 자기자본을 기업에 대출 또는 투자의 형태로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가치평가) 과정이 필수다. 기업의 재무 안정성과 수익성에 얼마의 가치를 매길지가 밸류에이션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 기후변화 리스크를 재무적 가치로 환산해 기업 밸류에이션 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자본건전성 평가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금융 시스템 내에서의 제도화 및 규제신설 등의 형태로 가시화되고 있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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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리스크의 재무평가 반영, 글로벌 체제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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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대표는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는 해당 기업에 재무적 손실이 발생할 뿐 아니라 이들 기업에 투자하거나 자금을 대출한 금융기관에도 충격을 가한다"며 "기후변화 리스크가 실물경제 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에까지 전이될 경우 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대한 공감대가 G20 회원국 사이에 퍼져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 뿐 아니라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은 환경 오염 요인에 가격을 매겨 기업에 재무적 부담을 부과하는 매커니즘으로 자리잡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현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온실가스 1톤당 평균 거래 비용은 20달러(약 2만4000원)이지만 2040년에는 140달러(약 16만8000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기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현금흐름이 크게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할당량의 차에 한국거래소 등에서 거래되고 있는 탄소배출권의 가격을 곱하면 쉽게 규제준수 비용을 계산할 수 있다. 이 탄소비용이 기업에 따라서는 영업이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또 "온실가스 배출권이나 자연재해 뿐 아니라 환경관련 산업규제 등으로 인한 기업의 환경 관련 리스크는 이처럼 직접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이들에 자금을 투입한 은행·보험 등을 비롯한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도 비화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관련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이 G20 차원에서 꾸려져 이미 관련 권고안을 내놨다"고 했다.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 리스크 공시를 위한 태스크포스팀) 권고안에 대한 얘기다. TCFD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의 산하 협의체인 FSB에서 마련한 태스크포스팀을 일컫는 용어다. TCFD는 "현재와 산업 혁명 이전 시기의 지구 평균 온도 차이를 섭씨 2도(2℃)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의 합의(2℃ 시나리오)를 달성하자는 취지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리스크를 기업의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등에 반영해 공시토록 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2017년 6월에 이미 내놨다. 앞서 언급된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현재의 20달러에서 140달러로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 역시 2℃ 시나리오 하에서 도출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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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되는 기후금융 규제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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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좀 더 넓은 범위로의 확산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EU는 2018년 9월에 단순한 권고안이 아닌 법·제도 패키지의 성격을 갖는 '지속가능금융 액션플랜' 10개 조항을 만들었다"며 "지속가능 투자와 관련한 분류체계를 구축하고 금융업에 녹색 라벨링(인증 시스템)을 도입하며 기업 신용평가시 ESG 요소를 반영하고 은행과 보험사의 재정건전성 평가에 기후리스크 관리를 반영하며 기관투자자에 수탁자 책임의무를 명확화시키고 ESG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 법적 책임을 묻도록 하는 등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소개했다.
또 "G20 차원에서 TCFD 권고안을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 바로 NGFS로 이미 지난해 4월 6대 권고안을 냈다.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를 금융안정 모니터링과 미시감독에 반영하고 TCFD 권고안을 공식적으로 장려하겠다는 등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며 "기후 리스크가 당장 기업과 은행의 EBITDA(납세·감가상각 전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등 취지에서 진행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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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비해도 결코 빠르지 않다, 우리는 룰 팔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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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업계와 금융 시스템은 이같은 변화에 충분히 준비가 돼 있는 걸까.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가 되살아나려는 시점에 엄습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차원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기후 규제 강화에 우리 경제가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게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이에 임 대표는 "아쉽게도 한국은 글로벌 차원의 규제가 만들어지고 이행되는 과정에서 '룰 세터'(Rule Setter, 규칙을 제정하는 자)가 아니라 '룰 팔로워'(Rule Follower, 규칙을 따르는 자)로서의 위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한국의 배출권시장 등 환경규제 기준은 '4℃ 시나리오', 즉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4도 이하 수준으로 지구 평균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지만 이미 글로벌 차원의 논의는 '2℃ 시나리오'로 훨씬 엄격한 목표를 향하고 있다"며 "현재 글로벌 차원의 논의에 대응하기 위한 체제 변화를 지금 당장 하더라도 결코 빠르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당국의 정책 차원의 규제가 한국에 정착되지 않았다더라도 실물경제에 투자하는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으로부터의 기후공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며 "한국 국내 버전의 규제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더라도 세계 무대에서 활동 중인 우리 주요 기업들은 이미 압박을 체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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