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 '팬데믹 선언'에 5% 급락…11년만에 약세장 진입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 2020.03.12 06:15

뉴욕증시가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며 끝내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했다. 2009년 이후 11년간 이어온 강세장은 종지부를 찍었다.

WHO(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을 선언하며 시장을 짓눌러온 공포의 실체를 결국 인정했다.



고점 대비 20% 하락…역사상 최장기 강세장 '끝'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464.94포인트(5.85%) 급락한 2만3553.22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도 140.84포인트(4.89%) 밀린 2741.38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392.20포인트(4.70%) 하락한 7952.05에 마감했다.

이에 따라 다우지수는 지난달 기록한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공식적으로 약세장에 들어섰다. 역사상 가장 긴 11년간 이어온 강세장은 이것으로 마무리됐다.

퍼스트아메리칸트러스트의 제리 브라크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바닥에 도달했느냐는 것"이라며 "내 생각에 우린 아직 중간 밖에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11년만에 첫 팬데믹…발병 확인 71일만에 공식 선포


WHO는 이날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12월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의 발병이 처음 보고된지 71일만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코로나19의 놀라운 수준의 확산과 심각성, 그리고 무대응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특징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WHO의 팬데믹 선언은 2009년 1만40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신종플루(H1N1) 이후 11년만에 처음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코로나19는 전세계 110여개국에서 12만명 이상의 감염자와 43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낳았다.

코로나19에 대해 WHO는 지난 1월30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지난달 28일 글로벌 위험도를 최고 단계인 '매우 높음'으로 상향 조정하면서도 팬데믹 선언에 대해서만은 신중을 기해왔다. 팬데믹 선포가 불필요한 공포를 유발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였다. 과거 천연두, 폐결핵, 흑사병(페스트) 등이 팬데믹으로 분류된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팬데믹은 가볍게 또는 부주의하게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다"라며 "잘못 쓰이면 불합리한 두려움 또는 싸움이 끝났다는 부당한 인정을 야기해 불필요한 고통과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을 팬데믹으로 묘사하는 것이 코로나19가 가하는 위협에 대한 WHO의 평가를 바꾸지는 않는다"며 "WHO가 하는 일과 각국이 해야 하는 일들도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팬데믹을 본 적이 없다. 동시에 통제될 수 있는 팬데믹 역시 본 적이 없다"며 "그러나 여러 나라가 이 바이러스가 통제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에 대해 이란과 이탈리아, 한국이 취한 조치에 감사한다"고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AFP=뉴스1



"인구 70% 코로나 걸릴 수도"...독일, '예산균형' 원칙 일부 포기 시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전문가의 말을 빌어 전세계 인구의 최대 70%가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세계 인구의 60∼70%가 감염될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독일 인구의 최대 70%까지 확산될 수 있는데, 치료제가 없는 현재로선 확산 속도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대응책은 의료 시스템이 과부하에 걸리지 않도록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집중돼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국경 폐쇄 조치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현재까지 독일에선 1908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3명이 숨졌다.

한편 메르켈 총리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예산균형' 원칙을 일부 포기하고 적극적 재정투입에 나설 뜻을 밝혔다.

그는 "지금은 특별한 상황이다. 우리는 필요한 일을 할 것"이라면서도 "운 좋게도 독일은 상대적으로 견고하다. 우리 예산정책에 대해서도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예산균형이란 재정준칙을 헌법에 명시할 정도로 엄격하게 지킨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를 맞은 만큼 예산균형이란 원칙에 유연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게 메르켈 총리의 판단이다.

메르켈 총리는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독일과 같은 경제는 국내 수요로도 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 국가와 다르게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정부는 이번주 안에 기업을 위한 유동성 지원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EU(유럽연합)의 안정성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 우리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EU집행위원회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250억유로(약 34조원) 규모의 EU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샤를 미셸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은 "EU 정상들이 기업 유동성 지원에 합의했으며 공공 지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국가 보조금에 대한 EU 재정 규정과 규제도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英 금리인하에도 유럽증시 약세…이탈리아는 반등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전격적인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유럽증시는 약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유럽 최대 감염국인 이탈리아에선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4거래일만에 반등했다.

이날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전날보다 2.47포인트(0.74%) 떨어진 333.17로 거래를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지수는 36.81포인트(0.35%) 내린 1만438.68,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지수는 26.36포인트(0.57%) 하락한 4610.25를 기록했다.

금리인하가 단행된 영국에선 FTSE100지수가 전날보다 83.71포인트(1.40%) 내려앉은 5876.52에 마감했다.

이날 영란은행은 기준금리를 0.25%로 0.5%포인트 기습 인하했다.

영란은행은 긴급 성명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의 규모는 매우 가늠하기 힘들고 불확실하다"며 "앞으로 수개월내 영국내 (경제) 활동은 눈에 띄게, 실질적으로 약화할 것"이라고 금리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또 영란은행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돈을 쉽게, 저리로 빌릴 수 있도록 하는 '기간 자금조달 계획'(Term Funding Scheme)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기간 자금조달 계획'에는 중앙은행 적립금으로 중소기업에 대해 특별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

12일엔 유럽중앙은행(ECB)도 정책회의를 열고 금리인하를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이날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 MIB지수는 58.46포인트(0.33%) 오른 1만7928.64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일 이후 첫 상승 마감이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이날 기준으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만2462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날보다 2313명 증가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중국(8만790명)에 이어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많다.

또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사망자는 하루 동안 196명 늘면서 누적 기준 827명을 기록했다.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 대비 누적 사망자 수 비율을 나타내는 치명률은 6% 이상으로, WHO가 발표한 평균치 3.4%를 크게 웃돈다. 상대적으로 고령 인구가 많은 인구 구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9일 코로나19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전 국토에 걸쳐 이동 제한 명령을 내렸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 AFP=뉴스1



사우디 증설 지시·UAE 증산에 WTI 4%↓



국제유가가 급반등 하루 만에 다시 떨어졌다. UAE(아랍에미리트연합)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에 가담한 가운데 사우디가 국영석유업체 아람코에 원유 추가 증산을 위한 생산능력 확대까지 지시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전 거래일 대비 1.38달러(4.0%) 떨어진 배럴당 32.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5월물 브렌트유는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이날 밤 8시32분 현재 1.32달러(3.6%) 내린 35.90달러에 거래됐다.

러시아와의 추가 감산 합의에 실패한 사우디가 전격 증산을 단행하며 최근 국제유가 폭락을 촉발했다.

현재 사우디의 일평균 원유 생산량은 970만배럴로, 증산 규모는 당초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330만배럴에 달한다.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사우디 석유부는 아람코에 원유 생산능력을 현재 하루 1200만배럴에서 1300만배럴로 늘리라고 지시했다.

또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회원국 UAE도 다음달부터 일평균 원유 생산량을 100만배럴 늘리겠다고 이날 밝혔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7주 연속 늘었다는 소식도 유가 하락에 한몫했다.

이날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량은 약 766만배럴 증가했다. 당초 시장이 전망한 250만배럴을 웃도는 증가폭이다.

원유컨설팅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원유시장의 공급과잉 우려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사우디, 러시아, UAE까지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한 무한경쟁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내림세였다. 이날 오후 3시52분 현재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금은 전장보다 23.10달러(1.39%) 하락한 1637.20달러를 기록했다.

미 달러화는 강보합세였다. 같은 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11% 오른 96.52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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