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탈리아가 왜?" 현지서 꼽는 이유들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 2020.03.12 03:24

"난 오늘 처음으로 마스크를 썼다"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새 1000명 가까이 늘며 1만명을 넘어섰다.(1만149명) 아직 세계가 이 바이러스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분석이 어렵지만, 이탈리아 내부에서도 세계에서 2번째로 확진자 및 사망자가 많은 이유에 대해 몇 가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적인 봉쇄령이 내려진 이탈리아의 10일 모습. /사진=AFP


"폐렴 환자가 갑자기 늘었다"


현지 매체 라 리퍼플리카(La Repubblica)는 최근 코도뇨 지역의 응급구조센터장을 인용해 코도뇨(Codogno) 지역의 병원에 올해 초 폐렴 환자가 유독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1월에 돌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탈리아의 첫 코로나19 지역 내 감염자는 코도뇨에서 2월 21일 확인됐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의 플라비아 리카르도 연구원도 10일자 타임(TIME)지에 "바이러스는 아마 꽤 오래 돌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응이 늦었다는 얘기다.


볼키스, 포옹, 저녁자리…


일본 주재 이탈리아 상공회의소의 프란체스코 리나렐리 부사무국장은 10일 NHK에서 대인 접촉이 많은 이탈리아인의 특성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이탈리아인은 볼키스, 포옹을 자주하고, 대화하면서 상대방과의 스킨십도 한다"면서 "퇴근 후 저녁자리를 갖고 뷔페식도 즐긴다"고 말했다.

영국 리딩대학교의 마리나 델라 기스타 교수 역시 10일 아일랜드 매체 RTE에 "이탈리아인들은 영국, 아일랜드에 비해 사람들과의 물리적 거리가 상당히 가깝다"고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볼키스, 포옹 등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마스크를 썼다! /사진=AFP


중국과의 교류


리나렐리 재일 이탈리아 상공회의소 부사무국장은 "(감염자가 집중된)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중에도 중국과 교류하는 업체가 상당히 많다"며 1~2월 중국에 출장 다녀온 사람들로 인한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을 지목했다.

1월31일 이탈리아에 온 중국인 관광객 두 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당국은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중단시킨 바 있지만 경유하는 사람을 막지는 못했다. 이후 3주가량 지난 2월21일 첫 지역 감염자가 나왔지만, 이 사람이 어떻게 감염됐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는다.



세계 2위 고령국


이탈리아의 65세 인구 비율은 약 23%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일본 약 28%) 코로나19 사망자가 고령화, 기저질환자에 많다는 점에서 개연성이 있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사망자 평균 나이는 81세(9일 기준)다. 하루 전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10일 기준으로 사망률은 6.2%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사진=AFP


"처음으로 마스크를 썼다", 그 밖엔…


이탈리아 롬바르디에 있는 고령자 전문 진료소의 로렌조 카사니 소장은 10일 타임지에서 카사니는 공공 의료 체계가 불충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타임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공공의료 투자 비중이 GDP(국내총생산)의 6.8%로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낮다. 카사니는 이 지역에 병상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북부에 있는 롬바르디는 바이러스 확산 거점이다.

현지인들이 경각심 부족도 지적된다. 리나렐리 재일 이탈리아 상공회의소 부사무국장은 "당초 코로나를 걱정할 필요 없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했다. 또 이탈리아인들이 마스크 착용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점도 꾸준히 지적돼왔다.

정부의 전국적인 '봉쇄령'이 내려진 직후인 10일 이탈리아 거리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다수 있었다. 가디언은 이날 현장 분위기를 전하는 기사에서 "오늘 마스크를 처음 썼고, 마스크 쓴 사람을 처음 봤다"는 현지인의 발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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