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설비로 마스크 품귀 돌파…코오롱式 발상의 전환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20.03.10 08:43
한주에 1인 2장으로 제한되는 '마스크 5부제' 시행 첫 날인 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을 서 있다./사진제공=코오롱인더스트리
9일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 공장. 회사 연구원들과 각 생산라인에서 긴급 차출된 인력들이 '파일럿 설비(Pilot설비: 연구용 실험 설비)'에 모여들었다. 이날부터 이 '실험설비'는 코로나19 방역 전선에 실전 투입됐다. 마스크의 '심장'격인 필터를 찍어내기 시작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마스크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마스크 핵심 부자재인 'MB(Melt Blown) 필터' 무상 공급에 나섰다.

원래 이 회사는 코로나19 용 마스크 MB필터 생산 라인이 없었다. 구미 공장 안에 의료용 MB필터 상용화를 위해 구비해 둔 연구용 실험 설비가 있을 뿐이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품귀 현상을 겪는 마스크 핵심 재료인 필터를 생산할 수 있겠다는데 생각이 이르렀다"고 말했다.

발상의 전환이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의료용 MB필터 실험 설비로도 마스크 MB필터 생산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을 파악했다.

MB필터는 폴리프로필렌(PP)을 고온으로 녹인 후 고압의 바람으로 접착 과정을 거쳐 만든 초극세 섬유의 부직포다. 의료용으로 실험 생산 중이었지만 기본적으로 마스크 MB필터와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의료용 MB필터 제조에는 보다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것.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혈액투석용으로 MB필터를 시험 생산 중이었는데,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주는 신장의 역할을 대신해야 하는 만큼 마스크용 MB필터 용도로 충분히 사용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날부터 약 200만 장의 마스크 제조가 가능한 분량의 필터 생산을 목표로 순차로 마스크제조업체에 무상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파일럿 설비는 24시간 교대로 풀 가동에 들어갔다.

특히 MB필터는 최근 공급 확보가 어려워 마스크 품귀를 일으키는 원인으로도 지목 됐었다.

국내 마스크 업체들의 약 30~40%가 중국산 MB필터를 공급받는데, 중국이 지난달 초부터 원자재 수출을 금지하면서 조달이 어려워졌고, 일부 마스크업체는 이 때문에 가동을 멈추는 상황까지 벌어졌었다. 자체 생산설비를 활용한 코오롱인터스트리의 필터 공급은 이 같은 수급난에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는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부족 해소에 힘을 보태기 위해 마스크용 MB 필터 생산을 결정했다"며 "비상 상황이라 파일럿 설비까지 용도 전환하고 연구진까지 생산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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