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공천이 남긴 것…'물갈이' '홍준표' '돌려막기·사천'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 2020.03.10 06:20

[the300]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3.9/뉴스1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주도한 미래통합당 4·15 총선 공천 작업이 마무리 단계다. 호남권과 수도권과 강원 일부 지역 등을 빼고는 경선 지역이거나 후보자를 확정해 대진표 윤곽이 나왔다.

불출마와 컷오프(공천배제)된 현역 의원을 합치면 전체 통합당 의원 중 3분의 1이 가량(38%)을 교체하는 성과를 냈다.

다만 인적 쇄신의 폭이 컸던 만큼 일부 컷오프 대상 의원들 사이에서 무소속 출마 움직임이 나오는 등 잡음도 적잖다.

'물갈이' 성과에도 불구, 채워넣는 물이 신선하지 않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당 중진들의 험지 재배치, 전직 의원 공천 등 '돌려막기'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공천 '칼자루'를 쥔 김 위원장 측근들이 수혜를 입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양산=뉴스1) 여주연 기자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9일 오후 경남 양산시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0.3.9/뉴스1




◇'컷오프' 홍준표의 선전포고…"황교안이 나서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경남 양산시을에서 컷오프된 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김형오 위원장과 황교안 대표를 겨냥해 사실상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양산 사무실에서 공천 결과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을 열고 "이건 공천이 아니라 막가는 막천이다. 이 공천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는 "300만 당원들이 눈에 밟혀 지금은 탈당을 할 수가 없다"며 "이 막천을 황교안 대표가 직접 나서서 바로 잡아달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홍 전 대표가 대구에 출마하고 TK(대구·경북)를 중심으로 연쇄 탈당 후 '살아서 돌아오기' 위한 무소속 연대가 꾸려질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홍 전 대표는 무소속 연대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무소속 출마를 시사하면서도 "내가 기다렸다는 듯이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할 수 없는 것은 300만 당원들이 눈에 밟혀서,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무소속 출마를 하는 경우 있다하더라도 당의 결정을 전면 부인하는 무소속 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컷오프(공천 배제)된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전날 탈당 후 고향(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홍준표 전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21대 총선 예비후보자 면접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옆으로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면접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0.2.20/뉴스1


◇TK·PK 무더기 컷오프…'무소속 출마' 불사

무더기 컷오프를 당한 당내 영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집단 행동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소위 '무소속 연대'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적잖다.

통합당 공관위는 TK에서만 정태옥(대구 북구갑)·곽대훈(대구 달서구갑)·김재원(경북 상주시·군위·의성·청송군)·김석기(경북 경주시)·백승주(경북 구미시갑)·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군)·박명재(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 등 7명의 의원을 컷오프했다.

PK(부산·울산·경남)에서도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를 비롯 이주영 국회부의장(경남 창원마산합포)과 김한표 원내수석부대표(경남 거제), 4선 김재경 의원(경남 진주을), 3선 유재중(부산 수영구) 의원 등이 공천에서 떨어졌다.

이주영·곽대훈·김한표·정태옥 의원 등이 강력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특히 곽 의원은 TK 공천에서 가장 뜻밖의 인물로 꼽힌 이두아 전 의원(18대)에게 밀린 만큼 절치부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선 달서구청장' 출신의 저력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백승주 의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먼 훗날에 '그때 해 볼걸'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결정을 다듬고 있다"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강석호 의원은 통화에서 "경북은 선거구획정안이 나오기도 전에 공천 결과를 발표해 다시 조정을 해야 한다. 이런 공천이 어디 있느냐"며 "(무소속 출마 등) 어떤 결단을 내릴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비영남권에서도 인천에서 컷 오프 당한 윤상현 의원(미추홀구을)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컷오프된 원외 인사 중 하나로 6선을 지낸 이인제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선두주자를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컷오프는 헌법위반의 반민주행위"라며 "선두주자를 공격한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후보결정권을 갖는 당원과 국민을 공격하는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충남 논산·계룡·금산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계획이다.

서울 구로을 공천에 탈락한 강요식 전 당협위원장도 이날 "구로을에서 출마하겠다. 3파전에서 꼭 이기겠다"고 밝혔다. 공관위는 구로을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하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상대로 김용태 의원을 '자객공천'했다.



김재원 미래통합당 의원. /사진=김창현 기자


◇험지에, 빈자리에…'올드보이'의 귀환


'보수 텃밭'인 서울 강남이나 영남권 다선 의원들이 수도권의 '험지'로 이동 배치됐다. 공관위가 당내 중진 의원들을을 상대로 험지에 출마하도록 요구한 결과다. 정치 신인 등 '새 피'를 수혈해 참신한 이미지로 승부하는 대신 '돌려막기'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공천에서 보수세가 강한 지역에서 3선을 한 의원들에 대한 '전진 배치'가 이뤄졌다. 이종구 의원은 서울 강남갑에서 경기 광주을로 지역을 옮겨 공천을 받았다.

이혜훈 의원은 서울 서초을에서 동대문을로, 김재원 의원은 경북 상주시·군위·의성·청송군에서 서울 중랑을로 옮겨 경선을 치른다.

서울 중구성동갑은 비례대표 초선 강효상 의원과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3파전이다. 강 의원은 당초 대구 달서병 출마를 원했지만 공관위의 방침에 험지 출마에 나섰다.

현역의원들이 비운 자리는 전직 의원들이 대거 채웠다. '올드보이' 귀환일뿐 물갈이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통합당은 호남을 제와한 지역 중 공천·경선이 확정된 213개 선거구 중 19개 지역에 전직 국회의원 출신을 공천했다. 전직의원 21명은 경선에 올랐다.

구성찬(초선·서울 강서갑)·민현주(초선·인천 연수을)·정태근(초선·서울 성북을)·조해진(재선·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전 의원 등은 단수공천을 받아 공천을 확정했다. 권영세(3선·서울 용산구)·강승규(초선·서울 마포갑)·이원복(재선·인천 남동을) 전 의원은 경선을 거쳐 공천장을 따냈다. 조해진·정태근·강승규 전 의원 등은 과거 친이(친이명박)계로 평가받는다.

진수희(초선·서울 중성동갑), 류성걸(초선·대구 동갑) 전 의원은 경선을 준비중이다. 서울 노원갑에서는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현경병,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노근 의원끼리 경선을 치른다. 경남 창원진해에서는 김영선(4선)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달곤(초선) 전 행정안전부 장관, 유원석 전 창원시 제2부시장이 경선에서 맞붙는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1대 총선 TK 지역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발표에 따르면 현역 의원은 Δ주호영 대구 수성갑 Δ곽상도 대구 중구남구 Δ김상훈 대구 서구 Δ윤재옥 대구 달서을 Δ추경호 대구 달성 Δ송언석 경북 김천 Δ이만희 경북 영천청도 Δ임이자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등이 공천을 받았다. 이외에 양금희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이 대구 북구갑, 이두아 전 의원이 대구 달서갑,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대구 달서병에 공천을 받았다. 경북에서는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이 안동에, 김영식 전 금오공대 총장이 구미을, 황헌 전 MBC 앵커가 영주문경예천에서 공천을 받았다. 2020.3.6/뉴스1


◇'측근 공천' 지적…김형오 "정치 다시 할 생각 없어"


김 위원장이 이번 공천에서 본인의 측근들을 다수 진출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언주 의원 전략공천설로 잡음이 있었던 부산 중·영도구에는 황보승희 전 부산시의원이 경선에 나선다. 황보 전 시의원은 김 위원장의 의원 시절 비서 출신이다.

영도를 기반으로 15년간 정치인으로 활동한 황보 전 시의원은 정치권에서 '김형오 키즈'로 평가받는다. 김 위원장은 1992년 제14대 국회에서 부산 영도에 출마해 당선된 뒤 같은 지역에서 내리 5선을 지냈다.



3선 안상수 의원(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을 미추홀을로 이동시킨 뒤 그 자리에 단수공천한 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은 김 위원장이 의장이던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의장실 비서관, 국회 부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서울 강남을에 전략공천을 받은 최홍 전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사장도 김 위원장의 '정치적 양아들'로 평가받는 측근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영입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는 서울 강남갑에 전략공천됐다. '여성인재'로 영입한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와 이수희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각각 서울 서초갑과 강동갑에 공천장을 받았다. 김형오 국회의장 시절 대변인을 지낸 허용범 전 국회도서관장은 동대문갑에 단수 공천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각에서 나오는 '측근 공천' 비판에 "내가 정치를 다시 할 생각이 있으면 내 조직을 만들고 계파를 챙기고, 내가 아는 사람들을 끼워넣거나 경쟁도 안 돼서 떨어지는데도 (후보로) 올릴텐데 명백히 그런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내가 잘 알기 때문에, 나 때문에 불출마 선언을 하거나 경선이나 단독 발표에서 배제된 사람이 너무 많다"며 "이번 공천을 사천(私薦)이라고 하면 발표 과정에 대한 전반적일 흐름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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