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확진자 0명일 때, '이 회사'는 진단키트 만들었다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20.03.09 05:00

[종목대해부]씨젠, 원천기술 기반 코로나19 진단키트 2주만 개발, 실적기록 경신 올해도 ‘청신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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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스1) 이승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는 8일 오후 대구시 중구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방호복을 근무교대를 위해 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0.3.8/뉴스1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나를 알고 적을 알아야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헬스케어 산업의 중요성이 커져만 가고 있지만 무엇을 '케어'해야 할지를 알아야 맞춤형 치료는 물론이고 예방도 가능하다.

분자진단 전문업체 씨젠의 영문 사명은 'See Gene', 즉 '유전자를 본다'는 뜻이다. 엑스레이나 CT(컴퓨터단층촬영) 등을 통한 진단을 체내진단, 침이나 소변 또는 혈액 등 검체를 통해 질병 여부를 판별하는 방식을 체외진단이라고 한다. 체외진단 방식 중에서도 감염원의 RNA와 DNA 분석을 통해 질병 원인을 조기에 정확히 감별하는 분자진단이 씨젠의 주력 분야다.



코로나19 사태, 씨젠 기술력 '입증'


올해 9월로 설립 20주년을 맞이하는 씨젠은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 진단키트의 주된 공급업체로 이름을 알리며 한층 더 유명해졌다. 국내에서 소요되는 진단키트 물량의 절반 이상을 씨젠이 만든다. 씨젠의 제품은 한 번의 검사로 코로나19 관련 3개의 목표 유전자를 모두 검출할 수 있어 진단의 효율성과 간편성, 정확도가 높다는 게 장점이다.

코로나19는 씨젠의 기술력을 다시 확인케 하는 계기가 됐다. 씨젠은 △PCR(중합효소연쇄반응)이라는 유전자 증폭기술을 활용해 체내에 소량만 존재하는 병원체를 가시화시킨 후 △한 번의 검사만으로 여러 병원체를 동시에 검사하는 정확도 높은 멀티플랙스 기술을 보유한 업체다. 특히 목표 유전자만 증폭시켜 멀티플랙스 방식으로 실시간 다중 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곳은 씨젠이 유일하다.

씨젠 진단시약 생산현장 / 사진제공=씨젠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최초로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난 1월 코로나19 염기서열이 공개되자 씨젠은 지난 1월 중순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확진자 수가 단 1명도 나오지 않았던 때다. 당시만 해도 국내 창궐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았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대응역량을 선제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천종윤 대표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의 판단은 옳았다.

씨젠은 같은 달 21일부터 단 2주 만에 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해 유럽 허가와 함께 국내에서의 긴급사용승인을 얻어 지난달 18일부터 국내에 진단키트를 공급하고 있다. 현재 씨젠을 비롯해 국내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공급하는 업체는 단 4곳에 불과하다.



"적자 각오하고 코로나에 올인"… 기업 사회책임 이행


현재 씨젠은 기존 제품의 생산 및 R&D(연구·개발)를 모두 접고 코로나19 사태에 총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천 대표는 국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적자를 각오하고 코로나19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씨젠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는 등 국가적 재난으로 비화된 상황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것"이라며 "연구개발 인력 68명을 전국 각지 진단 현장에 파견하는 한편 관리 부문 인원도 생산부문을 지원하는 등 생산설비를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2월에는 하루에 2만 건의 테스트가 가능한 물량을 생산해왔고 이달 들어서는 10만 테스트 물량 이상으로 생산규모를 늘렸다"며 "국내에 필요한 물량 이상을 우선적으로 공급하되 확진자 수가 대폭 늘고 있는 이탈리아 등 유럽 쪽에서도 물량 요청이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도 병행 중"이라고 했다.

(서울=뉴스1) =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코로나19 진단시약 생산업체 '씨젠'을 방문, 천종윤 대표로부터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0.2.26/뉴스1

국내에서는 하루 1만 건 가량의 감염 진단이 이뤄지는데 이보다 훨씬 많은 진단키트가 매일 생산되고 있다. 전 세계가 놀라워하는 속도로 코로나19 진단이 가능하게 됐던 것도 바로 선제대응한 씨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씨젠 측은 "현재 상황이 조속히 진정될 수 있도록 보다 낮은 가격으로 진단시약을 공급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했다.



2019년 사상 최대 실적, 올해도 고성장 전망 '파란불'


코로나19 사태가 씨젠을 전 국민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지만 코로나19는 씨젠이 진단할 수 있는 병원체 중 하나에 불과하다. 씨젠의 주력 진단시약인 씨플렉스, 애니플렉스, 올플렉스 시리즈의 제품은 신종플루나 계절성 독감, 코로나 바이러스, 폐렴 원인균 등 26종의 호흡기 질환 병원체는 물론이고 임질, 매독, 헤르페스 등 성매개 감염증 원인균 28종과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등 28종을 추려낼 수 있다. 이외에도 결핵, 뇌수막염, 패전증, 혈전증 등 질환을 판별하기 위한 제품 및 약제내성 검사제품까지 시장수요가 확인된 진단 부문 대부분을 아우르는 제품 라인업이 완비돼 있다.

지난 2월18일부터 씨젠이 공급을 시작한 코로나19 진단키트 제품. 씨젠이 이번에 출시한 이 제품은 코로나19 관련 3개 목표유전자 모두를 한 번에 검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사진제공=씨젠

씨젠의 제품은 국내 분자진단 검사가 가능한 114곳의 종합병원 및 검사센터 중 100여 곳에 이미 납품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전 세계 57개국의 국공립 병원 및 주요 사립병원, 대형 검사센터가 씨젠의 고객이다. 씨젠의 3대 원천기술을 적용한 주력 제품 올플렉스(Allplex) 시리즈는 2015년 처음 출시된 이후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48개국 1324곳의 검사센터·병원에 납품되고 있다. 연도별 신규로 올플렉스를 도입한 곳(Site)도 2016년 229곳, 2017년 290곳, 2018년 384곳, 2019년 423곳으로 매해 늘어나고 있다.


매출처가 매년 늘어나는 데다 분자시장 자체의 성장세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씨젠의 실적에도 긍정적 시그널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최근 씨젠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이 122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9.3% 늘고 영업이익이 224억원으로 111%, 순이익이 267억원으로 149.4% 증가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공시한 바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창사 이래 최고 기록이다.

씨젠 관계자는 "품목별 대표 제품들이 2019년에도 50% 이상 성장하며 출시 5년이 지난 현재에도 높은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씨젠 전용장비 출고도 꾸준히 이뤄지는 등 진단시약매출 선행지표 역시 호조를 보이고 있어 성장의 자신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0년에는 주력제품인 올플렉스의 본격적인 확장국면을 맞아 지난해 이상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사 이후 첫 배당결정…"지속성장 자신감 표현"


씨젠이 제시한 올해 실적 목표는 매출 1500억원에 영업이익 300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치 모두 지난해 대비 30% 가량 늘어난 규모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숫자가 매우 보수적으로 책정됐다고 본다.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하지 않은 숫자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진단키트 가격을 기존 제품과 동일한 수준으로 책정했음에도 1분기 매출과 이익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씨젠의 지난해 영업이익 최고기록은 창사 이후 최초로 임직원 대상 성과급을 지급하고도 달성된 숫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씨젠이 설립 20년만에 최초로 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주당 배당금은 100원에 총 배당금액은 26억원이다. 배당 기준일인 지난해 12월30일 종가(3만450원) 기준 배당이익률은 0.33%, 전체 순이익 대비 총 배당금의 비율을 나타내는 배당성향은 10% 정도다.

씨젠 관계자는 "배당금은 일단 한 번 지급하면 배당금을 줄이거나 중단하기가 극히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창사 이후 첫 성과급 지급에 첫 배당 결정은 향후에도 더 좋은 실적이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성장기업으로서 추가 성장을 위한 재투자를 집행하고서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을 지급하는 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고 했다.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도 병행 추진되고 있다. 씨젠은 지난달 말 경기도 하남에 신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토지매입을 완료했다. 현재 서울 방이동 소재 3개 건물에 문정동 소재 창고 등으로 분산돼 있는 생산설비를 통합하는 등 관리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씨젠 측은 "내년 하반기 공장이 준공되면 4000억~5000억원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정도의 생산설비가 확보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종윤 씨젠 대표이사 / 사진제공=씨젠



이어지는 증권가 호평


증권업계에서도 씨젠에 대한 우호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달 말 내놓은 보고서에서 씨젠의 올해 매출 전망치를 1570억원으로, 영업이익 전망치를 383억원으로 제시했다. 씨젠이 제시한 목표치(매출 1500억원, 영업이익 300억원)보다 높은 수치다.

선 연구원은 "계절적 특성상 1분기 호흡기 진단시약 매출이 증가한 데다 코로나19 진단시약으로 분기별 100억원 이상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며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창궐과 호흡기 진단시약의 비약적 성장으로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30% 가까이 성장한 1570억원 규모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진단시약의 경우 매출이 일정 규모 이상 증가하면 영업 레버리지(매출 증가폭보다 이익 증가폭이 더 커지는 현상)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익 추정치도 종전 336억원에서 383억원으로 상향할 것"이라며 "진단기업 중 최선호주로 제시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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