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있으면 너무 할 일도 없고 무료해서 나왔어요." (예비대학생 문모씨, 19)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PC방도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초·중·고등학교 개학과 대학교 개강이 미뤄지면서 길 잃은 초중고생과 대학생들이 PC방을 찾고 있다. 이미 PC방을 통한 감염 의심 사례도 나온 터라 코로나19 확산 위험에 대한 우려가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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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위험 의식한 듯한 PC방…마스크 미착용 시 입장 금지도━
지난 5일 오후 머니투데이가 찾은 서울 시내 PC방 7곳은 한산했다. 좌석 8~10개로 이뤄진 한 줄에 손님이 2~3명 있는 곳도 상당수였다. 업소마다 조금씩 달랐으나 적게는 30%, 많게는 절반 넘게 손님이 줄었다고 PC방 운영자들은 입을 모았다.
성신여대 인근 PC방 관계자 신모씨(42)는 "평일 오후 시간대 보통 170명이 넘는 손님이 오는데, 지금은 70여 명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길음동 인근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모씨(50)는 "원래는 학생들이 학교가 끝나고 올 시간이라 60~70석은 차는데, 현재 25석밖에 차 있지 않다"고 했다.
코로나19 여파가 PC방 업계에도 영향을 미친 탓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대다수 PC방은 입구에 손 세정제를 구비해두며 위생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마스크 미착용 시 입장을 금지하는 곳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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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그냥 나가자"…개학·개강 미뤄지며 PC방 찾는 학생들━
손님이 줄어든 가운데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이들은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등이었다. 개학 및 개강이 연기되며 남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PC방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이용객이 마스크를 썼으나, 이 중 일부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키보드를 격렬히 두드리며 게임에 임하기도 했다.
홀로 PC방을 찾은 대학생 이모씨(21)는 'PC방을 통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마스크 잘 쓰고 손만 잘 씻으면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예비 대학생 유모씨(19)는 "대학 개강이 자꾸 늦어지는데 할 일도 없고 지루해 PC방을 찾는다"며 "PC방에 친구들과 모여 게임하는 게 더 재밌다"고 말했다.
누가 만졌을지 모르는 컴퓨터 자판을 만지는 게 꺼려지지 않냐는 질문에는 "코로나19도 그냥 감기처럼 지나간다고 하던데"라며 "PC방 말고도 여러 곳에서 걸리는데 PC방만 조심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친구와 함께 PC방을 찾은 예비 대학생 문모씨는 "코로나 사태가 워낙 길어지다 보니 이젠 주변 친구들도 그냥 나가자는 분위기"라며 "가게들이 어려워지자 아르바이트 잘린 친구들도 생기면서 남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성북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모씨(42)는 "어차피 나올 사람은 나온다"며 "PC방 업주들 사이에서는 아파트 등 상대적으로 부유한 지역에 위치한 PC방에는 중고등학생이 적은데, 다가구주택 등 근처 PC방에는 중고생이 많다는 말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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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위험 줄이려면…전문가 "운영자들의 각별한 배려 필요"━
이미 PC방 감염 의심 사례는 나온 바 있다. 지난달 20일 온천교회 신도인 부산 15번 확진자와 같은 PC방에 머무른 16세 남성은 이후 28일 확진 판정을 받으며 62번 확진자가 됐다. 이를 두고 감염 경로가 PC방을 통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감염 위험을 줄이려면 PC방 운영자들의 각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키보드와 마우스 소독을 상시 해야 하고, 사람을 간격을 두고 띄엄띄엄 앉히거나 환기를 수시로 하는 것이 좋다"며 "학생들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는 만큼 운영자들이 주의사항을 챙겨주고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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