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연기에 중고생들 어딨을까…'PC방·코노방' 숨은 뇌관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0.03.05 05:05

폐쇄공간서 마스크 없이…코로나19 감염 최적 환경
부모들 "격리·통제 다 안돼"…노래방 3명 확진 발생

4일 낮 서울 서대문구의 한 PC방에 학생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미 게임을 즐기고 있는 또다른 이용자는 마스크를 하지 않은 상태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PC방, 모두 합쳐서 120여대의 컴퓨터가 설치된 이곳에는 30여명이 낮부터 게임을 즐기고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앳된 얼굴의 학생들이 MMORPG(다중 이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에 한창이었다.

"이번 판까지만 하자" "이기면 이 판까지. 독서실 갈 거야?" 고등학교 2학년에 이미 진학했어야 할 이들은 미뤄진 개학에 무료함을 달래고자 PC방을 찾았다고 했다.

인근의 '코인(동전) 노래방'에도 학생들이 걸음을 재촉했다. 한 여고생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3곡만 부르고 갈 것이다"며 방에 자리를 잡았다. '다중이용시설이라 불안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대답 대신 고개를 흔들었다.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3주 연기되고 학원 휴원이 잇따르는 가운데 갈 곳을 잃은 청소년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 경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확산 우려 탓에 사실상 재택격리 수준으로 조심하라는 의도에서 개학을 추가로 2주 연기했지만 청소년들의 동선이 집을 벗어나 학교·학원을 넘어 PC방과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까지 번지고 있어서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게임을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은 코로나19 감염의 최적 환경이 될 수 있다. 특히 PC방과 코인 노래방은 주로 지하에 위치해 환기가 잘 되지 않아 바이러스가 잔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뉴스1>이 4일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의 PC방 4곳을 둘러본 결과 각 PC방에는 낮시간에도 불구 20~30여명이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배달 업체 유니폼 차림으로 시간을 때우거나 영화를 보는 중장년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으나 대다수가 10~20대로 보이는 젊은층이었다.

이들은 입에서 마스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헤드셋을 쓴 채 마이크로 작전을 주고받거나 큰 소리로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게임을 했다. 전문가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오히려 마스크를 더 권장한다'고 입을 모았으나 마스크를 쓴 이들은 3~5명에 불과했다.

고등학교 2학년 김모군(17)은 "할 게 없는 탓에 독서실과 PC방을 왔다갔다 하고 있다"며 "개학을 연기한 게 학교에서 감염이 안 된다는 것이지 학원, PC방, 독서실에서 감염될 수 있는데 굳이 또 연기해서 혼란만 생긴다"고 말였다.

코인노래방에서도 노래를 부르려면 마스크를 벗을 수 밖에 없다. 코인노래방 점주는 "노래방 마이크에 1회용 덮개를 씌우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용자 순환이 빠른 탓에 내부 소독은 하루 2회에 그치며 횟수를 늘릴 수는 없는 사정"이라고 한계는 인정했다.


이런 상황에 학부모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유아나 초등생은 부모 통제 아래 놓여 사실상 '자택격리'로 '사회적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중·고등학생은 일일이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김모씨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십명에서 수천명으로 단기간에 폭증하면서 '또 연장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했으나 현실이 됐다"며 "교회, 병원 단체 감염을 보면 (학교내 단체 감염이) 걱정이긴 한데…학교 밖 감염도 걱정"이라며 걸음을 재촉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코인 노래방에 스탠드형 마이크가 설치돼 있다. 무선마이크와 달리 이 마이크에는 1회용 커버도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게다가 실제 코인 노래방 내 감염 사례가 확인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경남 창녕지역의 한 코인 노래방에서 일하던 60대 직원은 지난달 2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됐고, 4일 이 노래방을 찾았던 손님 2명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창녕군은 이 노래방을 찾은 손님이 2차 감염 우려가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부 당국은 연이어 밀폐된 공간의 환기와 다중이용시설 방문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겸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4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밀폐된 공간에서의 장시간 노출이 추가적인 감염을 일으킨다는 점들을 저희가 많은 사례에서 보았고, 집에 있을 때도 적절한 환기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당부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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