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목(同想異目)]'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머니투데이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 2020.03.05 04:48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상의 연속이다. 누군가와 마스크 없이 마주보고 얘기하는 것이 그리 소중한 것인지 미처 몰랐다. 후배들은 집이 사무실이다. 출근 안 하는 즐거움이 있는 반면 퇴근하는 즐거움이 없어졌단다. 명색이 ‘재택근무’인데 노는 줄 알고 이런저런 집안일을 시킨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꼴보기 싫은 선후배나 평소 까칠했던 다른 부서 사람을 안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사회적 거리두기’란 고급진 용어의 탄생 속에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이 새삼 느껴진다. 꼭 다 모여서 행사를 해야 하나, 회의를 해야 하나, 일을 해야 하나, 회식을 해야 하나, 얼굴 보고 안부를 물어야 하나.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한 일에 의문부호가 하나씩 붙는다.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개인들의 생활패턴, 직장문화의 패러다임 변화가 예고되는 대목이다.
 
운동선수들은 ‘관중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어떤 농구감독은 무관중 경기를 치르다 보니 팬의 소중함을 다시 느꼈다고 했다. 홈팬들의 함성과 응원의 목소리를 평소 당연시했는데 막상 텅 빈 관중석을 보니 신이 안나고 경기력도 떨어진다. 다시 관중이 들어오면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게 달리 보일 것이 분명하다.
 
직장인과 운동선수만이 아니다. 기업들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경영환경에 놓였다. 평소 노조가 부분파업만 벌여도 막대한 생산차질 어쩌고 하며 비상경영에 들어갔는데, 지금은 공장에서 확진자 한 명만 생겨도 바로 ‘전면파업급’ 셧다운이다.

 
하늘길이 막힌 항공사들은 사실상 고사 위기에 처했다. 중국 사업은 기한 없는 올스톱이 걱정된다. 지구촌 각국의 ‘한국인 입국금지’ 속에 해외 비즈니스도 한동안 고립될 처지다. ‘C(코로나19)의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할 것이란 비관적 우려도 쏟아진다.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실적목표 등 사업계획의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무엇보다 실적감소가 불가피하다. 금융사들은 실물경제 위축의 충격파가 연체율 상승 등 금융부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운다.
 
악영향이 예상되면 당연히 투자·고용계획도 재조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미 ‘코로나19발(發) 금융위기’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예상외로 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사태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코로나19 종합상황실을 그룹과 각 계열사에 설치하고 사업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임직원에게 e메일을 보내 “이번 위기상황 또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갖고 보다 의연하게 대응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확진자가 발생한 경북 구미사업장에서 직원들을 만나 “모두 힘을 내 함께 이 위기를 이겨내 조만간 마스크를 벗고 활짝 웃으며 만나자”고 당부했다.
 
‘위기’란 말을 입에 달고 다녔지만 이번엔 왠지모를 비장함이 느껴진다. 직장인도, 운동선수도, 기업도, 금융사도 무엇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 평범하지 않은 일상들이 평범해질까 두렵다. 재택근무, 화상회의도 하루이틀이지 이대로 가면 아주 새로운 형태의 근무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할지도 모른다. 사회적 거리, 물리적 간격은 심리적 이완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하루빨리 코로나19에서 벗어나 마스크 없이 마주보고 대화를 나누는 평범한 일상을 고마운 줄 모르고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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