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대면 접촉' 안하는 사람들…자동차·가전 판매 "답이 없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이정혁 기자 | 2020.03.04 06:00
#1. 서울 강북의 현대차 판매점에서 10년 넘게 딜러로 일한 A씨. 다른 판매점 근무 경험까지 합치면 경력 20년이 넘는 베테랑 영업사원이지만 요즘처럼 매장을 찾는 사람이 드문 경우를 보지 못했다.

휴일인 지난 1일 A씨는 딜러로서는 처음으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11시간동안 전시장을 지켰지만 단 한 명의 고객도 매장을 찾지 않은 것이다.

6차선 대로변 매장인데다 지하철역도 가까워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전에는 주말에만 20여명에 달하는 고객이 판매점을 찾았다. A씨는 "지난해 연말만해도 혼자서 근무하기가 벅찰 정도로 주말 손님이 제법 많았는데 최근에는 단 한 명도 찾지 않거나, 두 세 명 방문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2. 3일 오후 서울 강서구 아파트 밀집지역의 한 대형 가전제품 양판점. 외벽에 걸어놓은 '3월 결혼·이사·아파트 입주 빅 이벤트'라는 초대형 현수막이 무색할 정도로 1~4층 전 매장에 손님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소형가전 매장에 서너 명 손님들이 전부였다.

올해 신제품 에어컨으로 '라인 업'을 싹 바꾼 에어컨 매장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여름 성수기에 구입하는 것보다 가격 할인 혜택이 많지만 구경하는 손님조차 한 명도 없었다.

각층 직원용 상담 테이블에는 올해 백색가전 신제품 브로셔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을 뿐 30여분을 기다려봐도 상담 장면은 볼 수 없었다. 이날 오후 내내 고객 전용 주차장은 텅 비었다. 매장 직원은 "2주 전부터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준 것을 실감한다"며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라고 귀띔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수 경기의 '현주소'로 불리는 자동차와 백색가전 판매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이들 업종은 '대면 영업'을 주로 하는 특성 상 코로나 발 판매 타격이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판매 급감은 이미 수치로 드러났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달 9만대 지지선이 무너졌다. 올해 2월 판매량은 8만1722대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1.7%(2만2585대) 급감했다.

국내 1위 현대차 판매가 26.4%나 줄었고, 기아차도 13.7% 감소했다. 쌍용차(-32.7%)와 르노삼성(-25.4%), 한국GM(-3.8%)도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했다.

백색가전 시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가전 시장 규모는 8조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5% 성장했지만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성장세를 장담하기 힘들다.

특히 결혼·이사철이 겹친 3월에는 가전 판매 예약이 늘어야 하지만 손님들이 매장 방문 자체를 꺼려 타격이 크다.

가전 업체들은 이대로라면 상반기 전체 매출 감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 중심인 백색가전 판매는 아무래도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결혼식과 이사 등을 줄줄이 연기하는 사람들이 많아 판매 회복은 당분간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일부에서는 2~3월에 역대 최악의 판매 실적이 나올 것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러다간 연간 판매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자동차 업계는 할인 마케팅도 하고 있다. 현대차가 쏘나타와 아반떼 등 주요 차종 1만1000대를 최대 7% 할인하는 한편 제네시스 G80은 100만원을 깎아준다. GM과 쌍용차도 무이자 할부와 보증 확대 등 판매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이번 코로나발 판매부진이 아예 자동차 판매 채널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소비자들이 외출 자체를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여서 소비자 접촉점을 온라인과 홈쇼핑 같은 '비대면' 채널로 급속히 돌리고 있다.

지난달 BMW가 온라인에서만 판매한 'M5 컴페티션 35주년 에디션'은 출시 2주만에 15대가 팔렸다. 르노삼성도 출시를 앞둔 신차 XM3 사전 계약에서 4000대가 넘는 계약 물량 중 온라인 계약이 20%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건조기와 공기청정기, 의류관리기 등 주력 가전 제품들의 온라인 판매를 한결 강화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온라인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판매량이 상당부분 증가했다는 후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같은 온라인 판매 증가가 전체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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