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건물 3개를 보유한 방송인 서장훈이 건물에 입주한 요식업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인하해 주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임대료를 낮춰주는 이른바 '착한 임대인 운동'의 일환으로임대료 인하 운동도 점점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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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 초토화…'2개월·10% 인하 결정' ━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씨는 최근 자신이 보유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동작구 흑석동, 마포구 서교동 건물 3곳의 요식업 임차인들에게 2개월 동안 임대료 10%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서장훈 측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건물에 입주한 임차인들이 굉장히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임대료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임대료 인하를 받은 곳은 노래방, 음식점 등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서씨의 건물 임차인들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부터 주변 임대료보다 10% 이상 저렴한 돈을 내 왔는데도 불황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흑석동 중앙대학교 인근에서 술집과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10년 동안 이곳에서 장사를 했지만 이번만큼 힘든 적은 없었다"며 "오늘 매출이 50만원인데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 80% 넘게 급감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상권이 초토화된 상황에서 대학가들이 개학을 연기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실제 전날 밤 11시 동작구 흑석동 중심 상권인 중앙대학교병원 앞 거리에는 10명 정도만 거리를 거닐었다. 대부분 음식점과 술집들은 서둘러 문을 닫았고 불이 켜진 점포는 손님을 찾기 힘들었다.
서씨 건물 인근 한 자영업자는 "개강을 앞두고 예약만 10곳을 받았는데 모두 취소됐다"며 "지난달부터 임대료도 못 내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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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홍대 상권도 흔들…"지난달부터 지옥"━
서울 대표적인 상권인 강남과 홍대도 코로나19를 비켜가지 못했다. 전날 저녁 양재동과 서교동에 있는 서씨의 건물 주변은 한산했다. 지하철 3호선 양재역과 홍대 클럽거리 중심에 위치해 유동인구가 많고 입지가 좋은 곳이었지만 손님이 뚝 끊겼다.
홍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자정이면 테이블이 가득 차야 하는데 지금 한 테이블만 손님이 있다"며 "매출만 70~80% 이상 줄었는데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거리도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르바이트생들도 쉬라고 내보내고 1명만 남겼다"며 "요즘 홍대 전체 거리에서 적자를 보지 않는 음식점은 2~3곳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들이 많은 양재역 인근 자영업자들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초동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한 업자는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손님이 없다"며 "임대료를 못내는 상황까지 왔는데 앞드로 한 두달 지속되면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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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대부분 건물주 요지부동..정부 적극적인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착한 임대인 운동이 확산되기 위해선 세재해택·보조금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임대료 인하를 해주는 건물주는 아직 소수고 대부분 건물주가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며 "건물주는 임대료를 못내면 보증금에서 빼주면 되는데 건물주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세금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료를 내리면 조금이라도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현재 내린 임대료의 50%만 보전해주는 식으로는 임대인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이끌어 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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