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엘리엇의 한국시장 철수

머니투데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20.03.03 03:06
2019년 현대자동차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를 펼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이 주식을 처분하고 한국을 떠났다고 한다. 어디로 갔나 살펴보니 지난주 금요일(2월28일) 트위터 공격을 개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0억달러를 투자했다. 트위터는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 3인을 선임해야 하는데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엘리엇은 후보를 4인이나 제시하면서 장기전을 예고했다. 목표는 공동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잭 도시 축출이다.
 
엘리엇은 최근까지 트위터 이사회에 도시의 교체를 요구해왔다고 한다. 도시는 ‘파트타임 CEO’로 불린다. 지난해 11월에는 2020년에는 아프리카에서 3~6개월을 지내겠다고 공표했다. 도시는 명상에 심취하고 아침마다 5마일(약 8㎞)을 걸어서 출근하는 특이한 사람이다. 주주들은 화가 났다. 엘리엇도 풀타임 CEO 영입을 요구했다.
 
트위터의 시가총액은 약 260억달러다. 회사의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과 명성에 비해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회사다. 지난해 10월에는 하루에 24% 폭락하기도 했다. 경쟁사 페이스북은 시총이 5490억달러다. 지난주 금요일 오후 엘리엇 소식이 나오자 트위터 주가는 장외에서 단숨에 7% 상승했다.
 
지난해 현대차를 공격한 엘리엇은 좀 ‘이상했다’. 다른 곳에서보다 덜 집요했고 덜 공격적이었고 무리한 요구를 많이 내놓아 평소의 냉정하고 치밀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 결과 현대차는 주주들에게 자체 지배구조 개혁과 주주친화적 장기플랜을 제시해 예상보다 수월하게 엘리엇의 도전을 물리칠 수 있었다. 침착했고 주주 엘리엇과의 대화도 계속했다. 모범사례로 남았다.
 

라자드가 내놓은 2019년 행동주의 결산보고서를 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엘리엇이 지난해 너무 바빴던 것도 한 가지 이유처럼 보인다. 지난해 엘리엇은 시총 2688억달러의 AT&T, 시총 1577억달러의 독일 SAP를 포함해 전세계에서 총 14개 회사에 행동주의를 펼쳤다. 시총 기준으로 현대차는 이중 6위 회사였다. 엘리엇이 투입한 총자금은 84억달러였는데 이중 80%가 AT&T, SAP, 이베이, 마라톤 4개 회사에 투입됐다. 현대차에 집중할 여력이 떨어졌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2019년은 행동주의 글로벌 신기록이 작성된 해이기도 하다. 모두 187개 회사가 표적이 됐다. 총 420억달러가 투입됐다. 엘리엇과 스타보드가 10%를 점유했고 이베이는 두 펀드로부터 공격받았다. 미국 밖에서는 일본 시장이 가장 컸는데 19개 회사가 공격 대상이었다. 사외이사 자리는 총 122개가 행동주의펀드에 넘어갔다. 행동주의펀드가 시도한 이사회 진출 사례 중 20%는 이사회 의석 과반수를 노린 적대적 M&A(인수·합병)였다. 이중 무려 67%가 성공했다.

전통적으로 경영진 친화적이던 기관투자자들도 ‘스튜어드십코드’의 영향으로 점차 행동주의펀드에 동조하는 경향을 드러낸다. 예컨대 엘리엇이 ‘악역’을 담당하면 조용히 밀어주는 식이다. S&P500 기업의 경우 기관투자자의 지분 집중이 더 심화해서 글로벌 최대 기관인 뱅가드를 포함한 5대 기관이 24.4%를 차지한다. 기업들 입장에선 기관의 지분 집중도 상승과 스튜어드십코드가 더 부담이다. 엘리엇 같은 펀드는 견인차 역할을 하지만 자체 능력만으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엘리엇이 한국에 돌아올 가능성은 열려 있다. 엘리엇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행동주의가 우리 자본시장을 업그레이드해 주었다 생각하고 자체 수준을 계속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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