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너무 그립다" 대구 취재갔던 기자의 '자가격리'썰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 2020.03.03 08:00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시 폐쇄되었던 국회가 방역을 마치고 정상화된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민원실 외부에 '코로나 바이러스-19' 의심증상자 격리공간이 설치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나가서 햇빛이라도 쬐고 싶다"(지난 27일부터 자가격리 중인 한 직장인의 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우리 일상을 바꿨다. 이름마저 생소한 자가격리자가 늘었고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확진자 동선을 직접 취재하는 언론계 직군도 예외는 아니다. 31번 환자가 신천지 교회를 방문하면서 대구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날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도 자가격리와 재택근무를 병행했다.


자가격리 1일차~3일차…"아직까지는 괜찮다"


기자가 자가격리 중인 방/사진=이강준 기자

지난 21일 금요일 대구에서 2박3일간 취재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왔다. 회사에서 오는 월요일에 대체휴무를 사용하고 집에서 셀프 자가격리에 들어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처음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집의 가족을 만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가족들은 집 문을 열자마자 "안방에서 웬만하면 나오지 말라"는 엄포를 놓았다.

안방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눕자 '일상적인 주말은 이제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기자에게 허락된 휴일은 6~7평 남짓한 안방에서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자가격리 4일차~6일차…"생애 첫 재택근무, 편하지만은 않았다"


방에 비치된 세정제와 마스크./사진=이강준 기자

회사는 대구 경북지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자 "대구를 방문한 기자는 14일간 재택근무 하라"는 추가 지침을 내렸다.

생애 첫 재택근무였지만 즐겁지는 않았다. 몸은 편했지만 일의 효율이 나지 않았다. 1시간이면 쓸 수 있는 기사를 3시간 이상 붙들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사회부 기자 특성상 현장에 나가서 취재를 해야 하지만 방에서 나갈 수 없으니 일 자체를 하는 것도 어려웠다.


답답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기존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단 하나도 편하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식사는 무조건 방안에서 혼자 해야 했고 안방 문 밖으로 나가려면 세정제를 손에 닦은 후 마스크를 해야 했다. 집이었지만 마른 기침이 나오면 기침 소리에 가족이 불안해하지 않게 입을 가렸다.

필요한 게 있으면 가족에게 전화를 하거나 '카톡'을 보냈다. 대화가 완전히 단절됐다. 가족들에게 짐이 되는 기분도 유쾌하진 않았다.


7일차~10일차…"평범한 일상이 감사해졌다"


자가격리 중인 기자의 방 문./사진=이강준 기자

날이 좋으면 가끔 외식도 하고 한강에서 조깅도하던 평범한 주말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 대신 끝을 알 수 없는 무기력함이 자리잡았다.

호흡기 증상은 없었지만 몸이 무거워지면서 컨디션 난조가 찾아왔다. 스마트폰과 모니터를 너무 오래 쳐다봐 두통이 자주 찾아왔다.

가장 그리운 건 '사람'이었다. 10일간 급하게 각자 방으로 피신하는 가족들의 뒷모습 말고는 사람을 본적이 없었다. 습관적으로 하던 '점심 후 사람들과 커피 한 잔'이 그리워졌다. 키보드 소리만 울리는 고요한 방안이 아니라 사람들 수다로 시끄러운 맛집, 카페들이 간절해졌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한달이 넘었다. 이후 기쁜 소식이나 좋은 뉴스를 하루에 한 번 듣기도 어려워질만큼 상황은 악화됐다.

자가격리자들은 그럼에도 묵묵히 자신을 사회로부터 멀리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 27일부터 자가격리 중인 A씨(25)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가격리자인 직장인 B씨는(26) "일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료진에 비하면 이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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