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로 얼룩진 정봉주의 '창당' 행보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 2020.02.29 09:56

[the300][300소정이: 소소한 정치 이야기]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열린민주당 창당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정치인의 '거짓말'은 전략이자 숙명이라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민주·진보 진영을 대변하는 비례대표 정당 '열린민주당'을 창당하겠다고 나선 정봉주 전 의원 얘기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8일 오전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창당하지 않는다. 창당하지 않고 지금 창당 준비하고 있는 분들 다 창당 못 한다. 물리적 시간이 넘었다"고 밝혔다.

진행자가 재차 창당 의지를 물었으나 "못한다"고 단언했다. 자신이 언급한 '제3의 길'에 대해선 "은퇴"라고 답했다.

방송 이후 정 전 의원이 이날 예고했던 기자회견에서 '정계 은퇴'를 선언할 것이란 보도가 쏟아졌다. 앞서 정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후보 '부적격' 판단을 받자 "제3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불과 2시간 뒤 정 전 의원은 자신의 말을 완전히 뒤집었다.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함께 열린민주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전 의원은 "본의 아니게 기자분들께 알듯 모를듯한 언어로 혼선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한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한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황당한 거짓말 쇼로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한 방법이었을까. 이미 관련 보도가 쏟아진 상황에서 정 전 의원의 행보를 저지하려는 세력이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거짓말의 명분은 잡히지 않았다.

정 전 의원의 거짓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8년 여기자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을 때에도 거짓말이 들통난 바 있다. 정 전 의원은 여기자 A씨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그날, 호텔 커피숍에 간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일 일정을 자세하게 공개했다. 사진 780여장을 곁들여서. 하지만 카드는 진실을 알고 있었다. 정 전 의원이 커피숍에서 카드로 결제한 내역이 확인되면서 거짓말이 들통났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9일 '정 전 의원이 국회의원이 돼선 안 되는 이유'를 언급하면서 거짓말을 한 가지 이유로 꼽았다. 진 전 교수는 "정 전 의원은 거짓말을 위해 알리바이를 조작했고 거기에 지상파 방송까지 동원하는 거짓말의 가공할 스케일을 보여줬다"며 "(과거 미국의) 닉슨 대통령 탄핵 사유는 도청이 아니라 거짓말이었다. 이런 사람은 이보다 더 큰 규모의 거짓말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대야 투쟁을 벌이지 않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창당의 주요한 이유"라며 "민주적 가치를 갖고 선명성 경쟁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다른 날도 아니고 창당하는 날 자신의 말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 정 전 의원의 입에서 민주적 가치, 선명성 경쟁을 던지는 게 씁쓸했다. 과연 그의 말에 진정성을 느낄 국민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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