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쇼크 '온실가스의 역습'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 2020.02.28 12:00
지난해 한국전력공사가 1조35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의 절반 이상이 온실가스 배출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석탄화력 발전 비중이 높아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이 불가피한데도 지난해 정부가 되려 한전에 대한 온실가스 무상 할당량을 줄인 탓에 한전이 온실가스 배출권 구입 비용으로 7000억원 이상 지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8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한전의 영업손실은 1조356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손실규모가 1조1486억원 급증한 규모다. 영업손실을 일으킨 주범은 매출측면에선 전기판매 수익 감소, 비용측면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이다.

전기판매 수익은 전년대비 9030억원 줄었다. 이는 2018년 대비 따뜻했던 겨울과 덥지 않았던 여름 등 계절적 요인과 평창올림픽 개최에 따른 전력수요 급증 기저효과 등이 결정적이다. 계절적 요인은 한전이 통제가능한 영역 밖이고 평창올림픽 기저효과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희석될 문제다.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은 지난해 7095억원을 지출했다. 2018년 530억원의 13배가 넘는 규모다. 이처럼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이 급증한 건 '배출권거래제 제2차 계획기간(2018~2019년)' 중 시행된 유상할당 정책에 기인한다. 온실가스 배출거래제는 기업이 정부 할당량에 따라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게 하고, 남거나 모자라는 배출권은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지난해 1월부터는 배출권 허용량의 3%를 돈을 주고 사야 했다.

게다가 당초 2017년 중 발표됐어야 할 2차 계획이 2018년 7월에서야 발표되면서 그해 기업에 분배할 유상할당량의 상당량이 지난해로 이연되면서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 급증했다.

실제로 2017년 한전과 자회사 등에 할당된 무상할당량은 2억300만톤이었지만 2018년엔 2억800만톤으로 되려 증가했고 지난해엔 1억7100만톤으로 17.8% 급감했다. 그사이 배출권 가격은 급등했다. 2017년 톤당 2만2000원이던 배출권 가격은 2018년 2만7000원으로 올랐고 2019년엔 3만2000원까지 치솟았다.


때문에 당초 한전은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으로 9000억원 이상 손실을 전망했었다는 후문이다. 그나마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저감대책에 따라 노후 화력발전소 가동중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면서 배출권비용을 상쇄한 것이다.

문제는 비용측면에서 수익 악화를 불러온 온실가스 배출권은 향후 고정비용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온실가스 유상할당 비율이 2021년부터는 현재 3%에서 10%까지 오른다.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관련 비용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외에서 저렴한 배출권을 사오는 것도 한계가 있다.

결국 에너지 믹스 차원에서 원전 비중을 늘리던가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전의 경우 건설에 필요한 시간과 예산 등이 막대하기에 단기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신 현재 발전 비중이 낮은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문재인 정부들어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대안이 될 수 있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 무상 할당량이 크게 줄었고 배출권 가격마저 급등하면서 수익성을 악화시켰다"며 "전사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펼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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