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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기업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가파르게 하향되는 중━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주요 상장사 168곳은 올해 1분기 21조983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22조5646억원)보다 2.58% 감소한 수치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것으로 증권사 리서치센터 3곳 이상의 전망치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문제는 실적 전망치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연말 전망치(24조7571억원)와 비교하면 1월 말(23조4822억원)에는 5.1% 하향조정됐고, 이달 25일 나온 전망치는 이보다 6.4% 더 낮아졌다. 불과 2개월 만에 전망치가 2조7739억원(-11.2%) 줄어든 것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1분기 한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실물경제 위축은 벌써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과거 어느 때보다 충격이 클 것이고 그 영향이 1분기에 특히 집중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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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산업 뿐 아니라 여행, 레저, 패션, 유통 줄줄이 어닝쇼크━
증권사 전망치를 보면 반도체, 자동차, 조선, 화학, 철강 등 기간 산업 뿐 아니라 여행, 레저, 패션, 유통 등 내수기업도 전반적으로 실적 전망치가 좋지 못하다.
컨센서스가 가장 좋지 못한 것은 항공과 여행업종이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이다.
지난해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일본 불매운동으로 큰 타격을 입고 반등을 시도하는 와중에 코로나19 사태라는 암초에 부딪쳤다. 특히 중국, 동남아, 일본 등 LCC의 주력 노선운행이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다.
지난달 말 집계된 제주항공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109억원이었는데, 이달 25일 집계치는 121억원 영업적자로 나왔다. 이 밖에 △티웨이항공 252억→75억원 △대한항공 1044억→862억원 △모두투어 42억→68억원 적자 △하나투어 44억→66억원 적자 등이다.
중국 사업비중이 높은 상장사들도 실적전망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LG화학은 영업익 컨센서스가 3057억원에서 1879억원으로 38.5% 하락했고 코스맥스, 호텔신라도 30%대 하락률을 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달 말 2135억원에서 지난 25일 기준 1688억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도 3367억원에서 3309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 밖에 S-OIL과 SK이노베이션, 위메이드, CJ CGV,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롯데케미칼, 코오롱인더스트리, 연우 등도 컨센서스 하향이 컸던 기업이다.
반면 컨센서스가 오히려 올라간 종목들도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영향이 없거나 오히려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업종인데 대표적으로 보험업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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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운용이익 올라간 보험업계와 게임, 통신, 식품업체는 오히려 전망 긍정적━
보험사들은 자산의 상당액을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데,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면서 연일 채권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897억원으로 1개월 전보다 22% 높아졌다.
소비자들이 외출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게임업체들도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웹젠, 네오위즈, 컴투스 등의 전망이 나쁘지 않은 편이고 KT와 LG유플러스 같은 통신업체와 농심, 삼양식품 등 식품업체도 비슷한 분위기다.
한국 GDP(국내총생산) 같은 거시지표는 물론,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쇼크가 예고된 만큼 당분간 주가는 하방압력을 거세게 받을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종목도 많지만 전체 시장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으면 상승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200은 물론 미국의 S&P500 소속 기업들도 올해 연간 실적전망이 하향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실적 경고음이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 팀장은 이어 "상장사들의 실적전망이 악화 됐으나 한국증시의 큰 폭 주가조정이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PER(주가수익비율) 등을 감안하면 코스피지수 2000선을 전후로 바닥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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