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그 쓰세요" 베이징에 걸린 한글 현수막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 2020.02.27 14:39

자가격리 한인 CCTV 설치해 감시 등 중국 한국인 통제 강화…과도한 통제조치 비판도

중국 베이징 시내 한 아파트 단지에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한글 현수막이 걸렸다. 이 단지에는 한국인 뿐 아니라 미국인 일본인 등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지난 11일 대사관 철제 담장에 한국과 중국 양국 국기와 '중국의 어려움은 우리의 어려움'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현수막을 설치하기도 했다./사진=주중 한국대사관

"마스그(마스크의 오타)를 착용하십시오"

27일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에서도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왕징(望京) 지역 한 아파트 단지에 한글과 중국어로 된 현수막이 한장 걸렸다.

이 단지에는 한국인 이외에도 미국인, 일본인 등 외국인이 많이 거주한다. 영어나 일본어가 아닌 중국어와 한글로만 현수막이 만들어진 것은 한국에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신규 확진자가 급증한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이곳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평상시 엘리베이터 등에 붙는 조그만 공지문은 중국어와 영어 그리고 한글로 붙는데 한글로 현수막을 걸어 둔 것은 한국인 거주자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이곳에 거주하는 이들은 코로나19때도 중국에 있었던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한국에서 올 귀국자를 겨냥한 것 같은데 노골적으로 한국어를 써놔 마음이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중국내에서 한국인에 대한 통제조치 강화되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19 방역하는 것에 대해 뭐라 할 것은 아니지만 한국인에 대한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에서 일하는 한국 주재원들은 한국인에 대한 혐오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시 당국은 이곳에 사는 한국인이 자가격리하고 있는 집 앞에 CCTV를 무단으로 설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칭다오시는 최근 한국에서 돌아온 한국인 가족이 거주하는 집 현관에 CCTV를 설지하고 감시하고 있다. 자가격리하는 집 앞에 CCTV를 단 것은 인권침해 소지도 있다는 평가다.

일부 지역에서는 우리 교민집 앞에 14일간의 자가격리를 욕하는 경고문이 부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고문은 자가격리 대상자 뿐 아니라 중국에서 계속 머무른 한국인 집에도 붙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중국방문 여행객 격리에 항의·유감을 표명하고 있지만 중국 측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威海)에서 한국인 입국자들이 연이어 강제 격리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6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전화 통화를 갖고 코로나19와 관련한 중국측의 과도한 한국인 입국자 제한 조치에 우려를 표했다.

왕 위원은 그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한국 각계에서 중국측에 보내준 지지에 재차 사의를 표하고 최근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철저한 방역 노력과 강력한 의지를 평가했다.

하지만 인민일보 자매지 글로벌타임즈는 27일 사설을 통해 "이런 조치가 외교적인 문제가 아니라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취해진 조치"라며 "해외에서 온 사람들이 전염병 예방 및 통제 시스템을 넘어서는 특별한 사람들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한국은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에 대한 우호적인 조치를 취해왔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지난 11일 대사관 철제 담장에 한국과 중국 양국 국기와 '중국의 어려움은 우리의 어려움'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현수막을 설치하기도 했다.

한 교민은 "한국이라고 해서 특별한 대우를 원하는 건 아니지만 노골적으로 한국인에 대해 과도한 대처를 하는 느낌이 든다"며 "코로나19가 확산될 때 가족만 한국에 들여보내고 지냈지만 이젠 한국에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가족들의 강제격리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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