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푼 안써도 11.4년"…서울 아파트 장만 더 어려워졌다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 2020.02.28 08:34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중산층 가구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긁어모아도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11.4년이 걸린다는 통계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만 2.6년 늘었는데, 무주택자가 서울 아파트로 내 집 마련을 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그만큼 길어졌다는 얘기다.


작년 4분기 서울 아파트 PIR 11.4, 역대 최고치


27일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Liiv ON)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KB아파트 PIR(Price to income ratio·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 서울 지역 집계치는 11.4로 전기대비 0.5 상승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1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PIR은 가구의 연간소득을 모두 모았을 때 아파트를 매입하는 시기를 가늠하는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내 집 마련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지표는 해당 분기 아파트 담보대출자의 연소득 중위값(소득·가격 등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값)과 아파트 담보대출 실행 시 조사된 담보평가액의 중위값을 나눠 산출한다.

PIR 상승은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진 가운데 가구소득 증가세는 이에 미치지 못한 까닭이다.

지난해 4분기 서울 아파트 담보평가 중위값은 6억5000만원으로 전기대비 2750만원 상승했다. 반면 대출자 연소득 중위값은 5713만원으로 3개월 전보다 13만원 하락했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중심을 실수요자 보호에 놓고 다주택자에 대출 규제와 보유세 강화 등 고강도 규제를 집중했다. 하지만 아파트값 고공행진으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간은 오히려 길어졌다. 2017년 3분기 서울 KB아파트 PIR은 8.8이었는데 9분기 동안 2.6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 지속…"PIR 수준 과도하다" 평가도


12.16 대책 이후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다소 꺾였으나 대출 규제 풍선효과로 9억원 이하 주택이 많은 서울 강북권 아파트값이 올라 PIR 지표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2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4798만원으로 해당 통계가 작성된 2008년 12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이후 상승률은 56.3%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PIR 수준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식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중국 베이징, 캐나다 벤쿠버 등을 제외하면 대체로 수도의 PIR 수준은 5~6, 국가 평균은 3~4 정도가 적정선”이라며 “서울 아파트 PIR은 국제적으로 굉장히 높은 수준이며 상승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했다.


소득분위별 PIR도 상승세…저소득층이 5분위 고가주택 사려면 109년


한편 집값 상승률이 소득증가율을 웃도는 현상은 '주택가격 및 소득분위별 PIR'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KB 리브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3분위 가구가 평균가격 3분위 주택을 사는 데 필요한 시간은 14.5년으로 전월(14.1년)대비 0.4년 증가했다.

평균가격 5분위 고가주택을 사는 데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소득3분위 가구는 34.4년, 소득1분위 가구는 109년 걸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득5분위 가구도 5분위 고가주택을 사기 위해 15.6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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