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1.25% 유지…코로나19 충격 가늠 어려워

(상보)코로나19 충격, 통계지표로 확인 안 돼…부동산 시장도 고려한 듯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태평로 한은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들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크지만 아직 2월 통계를 통해 확인되지 않아 지표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과 1.25%로 역대 최저수준인 금리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심리 악화가 확인된 상황에서, 경기둔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 한은 실기론이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27일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연 1.25%로 유지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관련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태 종식 시기, 경제 충격 크기, 물가에 미치는 방향 등이 통계지표가 나오지 않은 현 상황에서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4일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관련해 채권시장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번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정도 확산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경제영향을 지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후인 2월 경제지표는 3월초가 돼야 발표된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후 가장 먼저 발표되는 실물지표는 한국 2월 수출입동향이다. 한국 수출은 중요한 국내 실물지표이며, 코로나19에 따른 세계교역 영향을 측정할 수 있는 온도계다. 중국 경제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차이신PMI(구매관리자지수)와 미국 고용도 3월 첫째주가 돼야 확인 가능하다.

한은이 이날 발표하는 한국 경제성장률 수정전망에도 이같은 상황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2월 통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경제 영향을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반영할 수밖에 없는 만큼 신중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한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도 이같은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도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로 풀이된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등하던 주택가격이 12.16대책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기준금리가 인하될 경우 다시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부동산 가격이 재차 오르면 둔화되기 시작한 가계부채도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한은 총재도 기준금리 인하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언급했다. 이 총재는 지난 14일 "추가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은 효과도 효과지만 부작용 또한 함께 고려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결론을 말하자면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겠지만 신중한 입장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한은은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다다른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효하한이란 한국이 감내할 수 있는 최저금리를 말한다. 시장에서는 0.50~1.00%를 한국 실효하한으로 추정하는 경우가 많다. 정책여력을 남겨놓기 위해서 금리를 동결했다는 것이다.

앞선 금통위에서 금리인하를 주장했던 조동철·신인석 금통위원 외에 소수의견이 늘어났는지도 관심이다. 반대로 시장 예상과 달리 만장일치 동결이었을 경우 연내 금리동결 전망이 급격히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