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놓고 싸우던 EU 앞 '이탈리아 코로나 변수'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 2020.02.27 06:40
25일(현지시간) 한산한 이탈리아 베니스 거리/사진=AFP

유럽연합(EU)의 장기예산 편성 논의가 ‘이탈리아 변수’를 만나면서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현재 유럽 내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를 보유한 이탈리아는 바이러스발(發) 경제적 타격을 상쇄할 대책을 EU에 요구하고 나섰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로라 카스텔리 이탈리아 재무차관은 이날 “EU는 이탈리아 경제가 바이러스로 인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경우 개입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차관은 또 “코로나19로 인한 이탈리아 경기 침체, 그리고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EU 전체에 가해질 영향에 대응하기 위해 EU가 ‘예산 목표’를 유연하게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준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322명, 사망자는 11명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와 베네토주 지역에서 발생했다.

북부 지역은 이탈리아 내에서 가장 발달한 지역이다. 롬바르디아주의 주도는 경제중심지 밀라노, 베네토주의 주도는 대표 관광지 베니스다. 이탈리아 북부 인구는 전체 인구의 46% 정도지만 경제적으론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55%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들 지역에서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보건당국은 지역 학교와 대학을 폐쇄하고 근무지 휴무를 권고했다.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베니스 카니발 마지막 일정도 취소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경제적 타격을 경고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24일 “이번 바이러스 발발로 인해 즉각적인 경제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가장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가장 취약한 회사에 긴급 조치를 취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기존 경제성장률 전망치에서 0.2%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U엔 새로운 변수


22일(현지시간) 텅 빈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식당/사진=AFP
그러자 정부는 EU가 향후 7년(2021~2027)짜리 장기예산을 편성하는 데 있어 현 상황을 고려해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카스텔리 차관은 “이탈리아와 EU 전체의 GDP를 끌어내릴 수 있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EU는 제공할 수 있는 자원이 있다”면서 “그게 필요해질 일이 없길 바라나, 필요할 경우 EU는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는 현재 장기예산계획(MMF)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반으로 갈려 부딪히고 있다.

독일 등 부유한 국가는 영국이 나가면서 약 600억 유로(77조 원)의 구멍이 생긴 만큼 이참에 예산 규모를 줄이자는 입장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가난한 동남부 국가들은 ‘잘 사는 나라’들의 기여도를 높여 기존 지원금들을 유지하자고 맞서고 있다.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 부유한 국가가 입김도 세 예산 편성에 이들 국가 의중이 더 반영될 가능성이 큰 듯했다. 그런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 코로나19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경제적 타격도 예상되면서 논의가 심화할 전망이다.

이날 스위스,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독일, 프랑스 등 이탈리아 인접국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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