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가져온 세계화 위기…국경폐쇄 '분기점'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 2020.02.27 07:25

고립주의 외치는 포퓰리스트들 주장 거세져vs이미 국경 폐쇄 의미없는 시점

/사진=AFP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사태가 '세계화'(globalization)의 미래를 결정지을 분기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한국과 이란, 이탈리아 등 전세계로 급격히 확산되면서 국경 폐쇄 등 고립주의가 다시 주목받으면서다.



대륙 넘어 퍼지는 코로나19에 세계화 위기


테러리스트와 포퓰리스트, 극우 정권 등 반(反) 세계화를 강조하던 이들이 이민자와 다국적 기업 등에 대한 통제력을 높이는 새로운 수단으로 코로나19를 사용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즈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인종차별주의와 외국인혐오로도 이어진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위치한 인간과학연구소의 이반 비보다 연구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가 구축한 세계의 상호 연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했다"고 말했다. 비보다 연구원은 "항공과 글로벌 공급망은 모두 연결돼 있다"며 "바이러스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을 취약하게 하는 한편 또 전 세계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 연구소인 채텀하우스의 로빈 니블 국장은 "아시아에서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된 것은 세계화로 인한 또 다른 위기"라고 말했다.

시급한 국경 폐쇄가 바이러스를 막을 방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브뤼셀 경제연구기관의 군트럼 울프 국장은 "비행기를 이용하면 바이러스 확산 상황이 매우 빠르게 전세계로 퍼질 수 있다"며 "즉각적인 대응은 국경을 오가는 이동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항공편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몽골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달 27일 중국과 맞닿아있는 국경을 모두 폐쇄했다. 항공과 도로를 폐쇄하며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고 석탄 수출 역시 막았다. 그 결과 몽골의 현재 코로나19 확진자는 0명이다. 몽골은 25일부터 오는 3월 2일까지 한국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도 중단하기로 했다.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전세계에서 확진자 수가 많다.


중동에서 확진자 수가 제일 많은 이란의 이웃 나라들인 이라크와 터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도 이란과 통하는 항공편을 중단하기로 했다.



포퓰리스트·극우 정권들, 코로나19 이용해 고립주의 유도


/사진=AFP

바이러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들이 늘어나면 반 이민과 반 세계화가 촉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포럼 뉴 이코노미 연구소의 사이먼 틸 포드 국장은 NYT에 "각 국의 포퓰리스트들은 이미 세계화로 생기는 이득은 현지인이나 지역기업이 가져가는게 아니라 외국인과 다국적기업이 가져간다고 보고있다"며 바이러스가 국경과 이민 통제를 주장하는 증거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인종차별주의를 싫어하면서도, 멀리 있는 지역으로부터의 바이러스를 두려워하는 유권자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구에 거주하거나 여행 중인 많은 중국인들이 공공장소와 대중교통 등에서 차별적 행동을 받는 경우가 급격히 늘었다고 증언했다.

반대의 의견도 있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에서 300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하고 10명이 넘게 코로나19로 숨졌다. 그러나 유럽연합(EU)는 회원국들에게 국경 폐쇄 조치를 금지했다. 이탈리아와의 국경을 폐쇄하면 '하나의 유럽'이라는 EU의 존립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이보 디 아만티는 "세계엔 원래부터 침투할 수 없는 국경이란게 없다"며 "바이러스를 막기위해 (고립주의를 주장한다면) 혼자 집에서 숨어 텔레비전과 라디오, 인터넷도 끈 채로 세계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다가 혼자 죽어야 할 것"고 말했다. 그는 "(과한 고립주의, 인종차별주의 등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큰 위험"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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