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병원장도 지금 마스크가 없어 세탁해서 써도 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갑식 서울시 병원협회장이 지난 20일 서울시와 대한병원협회간 간담회에서 밝힌 웃지 못할 이야기다.
직접 환자를 맞대면 하는 의료진들에게도 부족한 마스크를 병원장이 맘대로 쓸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계속 쓰던 마스크를 재활용까지 해야 할 지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병원도 사실상 재고가 많지 않다. 일부 병원에선 2주 분량 밖에 남지 않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병원장마저 마스크 재활용을 고민 할만큼 마스크 수급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은 박원순 시장은 마스크 수급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이에 "고대 안암병원에 의료용 마스크를 지원했고, 현재 의원급에서 요청이 많은데 수요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사회 각계각층과 가진 간담회에서 '마스크 민원'을 많이 접수했다. 4일 서울시립대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들도 박 시장과 만나 판매자의 일방적인 주문 취소 등으로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지난 25일 박 시장이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와 가진 간담회에도 마스크 얘기가 또 등장했다. 김희중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은 "한 번 쓰고 휘발성 알코올로 소독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면 어떨까 싶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급기야 박 시장도 "지금 서울에 봉제업체들이 많은데 의학적 검토를 거쳐 재활용 가능한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게 하면 계속 쓸 수 있다"는 자구책을 고민하고 있음을 밝혔다.
WHO(세계보건기구)가 일회용 마스크를 재사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혔음에도 마스크를 어떻게 오래 쓸 지가 모두의 관심사다.
정부는 상황이 악화되자 뒷북으로 마스크 판매업자의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생산업자의 수출도 당일 생산량의 10% 이내로 제한하는 긴급 수급 조정 조치를 발표했다.
개인당 마스크 구입한도 제한(200만원·300개), 마스크의 대량 국외 반출시 간이 수출 절차의 정식 수출 절차 전환 등 내용의 기존 조치가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첫 확진자 발생일은 절기상 겨울의 끝인 대한(1월20일)이었고, 정부의 이번 대책 발표 시점은 입춘(2월4일)을 넘긴 25일이었다. 그새 전국의 확진자는 1000명을 넘었고, 1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12일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집단 행사를 전면 연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권고를 내린 것이 무색할 만큼 코로나19 사태는 빠르게 악화됐다. '뒷북'과 '오판'이 계속되면 제대로 된 봄을 맞기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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