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 바로 뽑아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A그룹 인사팀 관계자)
코로나19(COVID-19) 감염증 사태로 취업의 큰 문이 굳게 닫혔다. 기업설명회나 필기시험, 면접처럼 한 장소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채 일정을 현재로선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취업자수를 25만명 늘리고 고용률 목표치를 67.1%로 높이겠다는 정부는 코로나19의 창궐만 지켜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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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미국 채용설명회 취소…공채 연기 가능성━
LG그룹이 글로벌 인재 확보를 위해 교두보로 삼았던 행사다. 고 구본무 회장이 직접 지휘해 행사를 창안했고 아들 구광모 회장도 지난해 첫 일정으로 행사장을 찾았을 정도지만 올해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LG 관계자는 "'LG 테크 컨퍼런스'는 수백명의 석·박사급 인재들이 한데 모여 만찬까지 하는 채용 행사여서 이공계 유학생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며 "올해는 참석자들의 안전을 고려해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LG그룹은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올해 신입사원 공채 일정도 예년보다 한 달 이상 늦춘 4월 이후에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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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도 신입 면접 연기…삼성·SK·GS 검토━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홈페이지에 3급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역량 테스트를 내달 7일로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원래 지난 15일 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자 나흘 전 긴급 변경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대졸 신입 공채 일정까지 미룰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현재 분위기는 연기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SK그룹과 GS그룹도 계열사별 채용 일정을 연기하거나 재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10대 그룹 중 상반기 공채 일정을 정확히 밝힌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24개 대학에서 진행했던 캠퍼스 리쿠르팅을 올해에는 대폭 축소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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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형' 하소연…"무채용이 더 두려워"━
대기업이 이런 상황인데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채용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들 기업들도 대부분 채용을 미룰 방침이어서 올해 채용은 유례가 없는 '일정 겹치기' 채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취준생 김한진씨(30)는 "올 추석은 꼭 직장인으로 맞고 싶었는데 상반기 채용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가 힘들어 솔직히 너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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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입도선매는 못할망정" 기업도 막막━
LG그룹이 LG 테크컨퍼런스 미국 개최를 취소하면서도 계열사별로 석·박사급 인재 유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전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올해까지 국내외 R&D(연구개발) 인력을 1000명 이상으로 확보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이에 차질이 생길까 비상이 걸렸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고급 인재를 고르는 게 아니라 고급 인재가 기업을 선택하는 상황에서 채용 타이밍을 놓치는 것은 한번 기회를 날리는 것 이상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채용 중단이 중장기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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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올 고용목표 차질 불가피━
그러나 당부 차원에서 그칠 일이 아니다. 정부는 소비심리 위축이나 감염자 방문으로 휴업을 한 사업장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매출액 15% 감소 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업체까지 고용 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주로 인정해 인건비를 주고 있다. 이런 실질적 지원책을 기업 채용 분야에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기획재정부는 추가 경정 예산에 고용 진작을 위한 예산 편성을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불꺼진 고용시장은 아예 살아나기 힘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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