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인권침해 내부고발했더니 병원에 확인한 인권위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0.02.24 11:40

미성년 피해환자 직접 통화한다며 전화…민원사실 알려져
4개월 전도 인권침해 권고했던 병원 "인권위 조치 아쉬워"

© News1 DB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병원이 정신질환환자를 불법 격리하고 있다는 민원을 접수하고서도 민원인에 대한 적절한 조사 없이 사건을 종결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경기도의 한 정신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지난 1월22일 병원에 입원 중인 미성년 환자를 동료 간호사가 의사에게 보고도 없이 격리실에 감금해 1시간 넘게 방치했다며 인권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민원을 접수한 인권위 측은 민원 내용에 A씨의 개인 휴대폰번호가 있었음에도 A씨에게 전화를 하지 않고 병원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 피해자와 통화를 시도했다.

인권위 담당자가 민원 내용을 설명했지만 A씨가 민원을 넣은 지 몰랐던 피해자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고 인권위 담당자는 '기억이 나면 다시 진정을 넣으라'고 말한 뒤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사건을 종결했다.

더욱이 인권위 측은 A씨와 전화통화를 하지 않았음에도 온라인을 통한 민원답변 내용에 "민원인과 통화했다"라며 "피진정인 특정을 위해 민원인과 통화했으나 민원인은 당시의 일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함"이라고 적었다.

인권위 담당자는 A씨 측의 변호인과 통화에서 "정신병원의 경우 피해자가 병원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어 이번 민원도 그런 종류라고 생각하고 피해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라며 "이와 같은 종류의 민원이 인권위에 많이 제기돼 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씨는 피해자가 정신질환자에 미성년자 임에도 인권위가 민원을 제기한 자신을 상대로 아무런 조사 없이 사건을 종결시킨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A씨는 "사건이 접수됐다는 것은 문자를 통해 알림이 왔지만 종결에 대해서는 고지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 News1 서혜림 기자

더불어 A씨는 인권위가 병원 대표전화로 민원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민원을 제기한 것이 알려져 병원에서 부당한 징계와 인사이동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진정 이후 병원에서 그동안 간호사가 근무하지 않았던 외래 간호업무로 전보됐다"라며 "전보 조치를 받아 간 자리에는 책상, 컴퓨터, 전화 등 아무런 집기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병원은 A씨의 근태가 불량했다며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뉴스1은 A씨의 주장에 대한 병원 측의 답변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병원은 '담당자를 통해 추후 연락을 하겠다'고 말한 뒤 답변을 보내오지 않았다.


이에 A씨는 변호사와 함께 인사발령과 징계에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고 인권위에는 '불이익금지 위반에 따른 보호 요청'을 신청했다.

인권위법 55조는 누구든지 인권위에 진정, 진술, 증언, 자료 등의 제출 답변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해고, 전보, 징계, 부당한 대우, 그 밖에 신분이나 처우와 관련한 불이익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의 보호요청에 대해 인권위 측은 불이익금지 위반과 관련해 병원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더불어 A씨가 처음 제기한 인권침해 사건도 들여다볼 것이라고 답했다. 더불어 인권위는 1차 민원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A씨의 법률대리를 맡은 원곡법률사무소 측은 "인권위법상 피해자가 조사를 원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의사를 밝히면 조사를 진행하지 않게 돼 있어 담당자가 규정을 어겼다고 보기 힘들다"면서도 이례적으로 병원 직원이 직접 내부고발을 한 점, 피해자가 미성년 여성 정신질환자인 점을 고려했을 때 '부당하게 종결처리'됐다고 판단했다.

해당 병원은 지난해 10월에도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르지 않고 환자들을 과도하게 격리, 강박한 사실이 드러나 인권위로부터 재발방지대책 마련과 직원들에 대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받은 바 있다.

A씨는 병원의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서 "제가 다른 정신병원에도 근무해봤지만 이 병원처럼 심각한 곳이 없었다"라며 "같은 의료인인 내가 봐도 너무 심할 정도의 인권침해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해당 병원이 인권위 권고를 받은 전력이 있는 병원임에도 인권위가 1차 조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종결됐다고 해도 다시 진정을 넣을 수는 있지만 (인권위 민원접수가) 제대로 작동한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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