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론 풀고, 고시로 막은 '중기협동조합 공동사업'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 2020.02.27 04:45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을 만나 협동조합법 고시 관련 건의사항을 제기했다. /사진=뉴스1

중소기업협동조합의 공동사업을 담합으로 규정하지 않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이하 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이달 21일 시행됐다. 중소기업계는 그러나 “공동판매 등 핵심내용이 고시로 금지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의 경직된 가이드라인으로 중소기업협동조합의 공동사업 활성화라는 입법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글부글 중기 “법 위의 고시, 말이 되나”=26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협동조합법 개정안은 중소기업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해 생산·가공·수주·판매 등 공동사업을 추진할 경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담합을 적용하지 않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협동조합을 통한 공동사업을 허용해 대기업과 거래에서 교섭력을 갖도록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중소기업협동조합은 “해당 법안이 반쪽짜리로 전락했다”며 실망감을 표시했다. 중기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를 통해 다시 공동사업 범위를 제한해서다.

중소기업계가 특히 반발하는 내용은 공동판매 부분이다. 고시는 협동조합의 공동판매시 △가격 결정 △생산량 조절 △거래지역·상대방 제한 등을 ‘소비자 이익침해’로 규정하고 전면금지했다. 협동조합을 통해 공동판매망 개척, 공동판매장 운영은 가능하지만 가격·판매량 등은 개별 조합원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중기부 관계자는 “협동조합이 공동판매시 가격을 설정할 경우 종전 대기업 담합처럼 소비자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며 “협동조합을 위해 소비자 이익을 침해할 수도 없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 “중기 편의 높이려다 소비자 이익 침해”=개정법안 제11조1항 1호와 2호는 ‘가격인상, 생산량 조절 등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해 소비자 이익을 침해한 경우’ 공동사업을 금지하며 중기부와 공정위는 해당 행위의 기준을 고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중소기업계는 중기부와 공정위의 행정편의주의식 고시로 공동판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한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린다거나 생산량을 과도히 제한하는 경우를 금지하라는 것인데 가격·생산량 결정 전반을 금지하면 어떻게 공동사업을 펼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조합이 제품을 함께 판매하면서 가격, 수량도 논의·결정하지 못하는 건 말이 안된다”며 “최소한 조합 표준제품이나 공동브랜드에 대해선 가격·수량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개정법안도 ‘가격인상, 생산량 조절’을 언급한 만큼 조합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조합원이 가격을 결정해버리면 실질적인 담합이 돼 소비자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소비자 이익 침해 기준을 수정해나가겠다고 여지를 열어뒀다. 중기부 관계자는 “소비자단체, 중소기업계, 중기부·공정위 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간극을 줄여나갈 것”이라며 “이를 반영해 고시는 지속적으로 수정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3. 3 '눈물의 여왕' 김지원 첫 팬미팅, 400명 규모?…"주제 파악 좀"
  4. 4 '돌싱'이라던 남편의 거짓말…출산 앞두고 '상간 소송'당한 여성
  5. 5 수원서 실종된 10대 여성, 서울서 2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