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6번 번진 종로노인복지관…"더 없을까" 불안감 고조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20.02.20 18:05

"노인들 이렇게 겁 먹은 건 처음"…1일부터 폐쇄 중
타지역 노인도 찾는 커뮤니티…동석 100여명 조사중

폐쇄된 서울시 종로구 종로노인종합복지관. 29번과 56번이 식사한 후 코로나19 감염 추정 © 뉴스1 서혜림 기자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서울 종로구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56번째 감염자(75·남)가 지난 1월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29번 환자(82·남)과 접촉한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이 지역사회 전파 장소가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인복지관은 이미 2월 초부터 폐쇄돼 주민들의 불안이 크지는 않았지만 적막이 가득했다.

20일 오후 4시쯤 서울시 종로구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아보니 건물의 모든 문이 잠겨있었다. 5층짜리 건물로 1층에는 감로정이라는 식당이 있고, 2층에 한옥도서관과 시니어100세 힐링센터, 3층에 당구장과 탁구장, 체력단련실, 4층에는 악기연습실 등 노인들을 위한 교육 및 복지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복지관 앞에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이용을 중단하니 양해해 달라'는 공고가 '2월20일부터 별도조치 기간까지' 라고 적혀 있었다.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곳 복지관은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후 감염을 우려해 예방 차원에서 지난 1일부터 16일까지 폐쇄됐다가 29번 확진자가 발생한 후 17일 하루 만에 다시 문을 닫았다.

창문 안쪽으로 보이는 1층 감로정 식당 앞에는 빨간색 띄로 출입이 막혀있었다. '어르신! 출입이 어렵습니다'라는 빨간 글씨로 적힌 종이도 붙었다. 안쪽으로 보이는 식당은 원래 어르신들이 3000~4000원대의 저렴한 음식을 사먹을 수 있고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 주차장에는 트럭 위에 방역마스크를 꽉꽉 채운 박스가 가득 실려있었다. 인근에서 마주친 건물 관계자는 "이미 종로구민이 코로나19 확정받기 전에 폐쇄됐다"며 큰 문제는 없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노인회관 앞에서 만난 이화동 주민 이모씨(50대·여)는 80대 친어머니가 이곳 복지관을 자주 이용했다면서 "노인들이 이렇게 겁을 먹은 것은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어머니가 종로 확진자 이야기를 듣고 알코올 소독제를 먼저 사서 집에 오셨다"며 "복지관이 폐쇄된 후에 계속 집에서 계시면서 자식들에게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을 주의하라고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폐쇄된 서울시 종로구 종로노인종합복지관. 29번과 56번이 식사한 후 코로나19 감염 추정 © 뉴스1 서혜림 기자

이씨는 겁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갑자기 퍼졌고 메르스 때보다 공포감이 크기는 하지만 애초에 이 곳은 문을 닫아 걱정이 크게 되지는 않는다"고 다행이라고 연신 되뇌였다. 어머니가 매일 복지관에 가지만 매번 식사는 집으로 와서 하고 다시 복지관에 갔다며 식당은 이용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구청 관계자들과 인근 주민들에 의하면 이곳 복지관은 종로구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60대 이상의 노인들이 헬스와 당구 등 건강강좌와 문화수업을 듣기 위해 온다고 했다. 셔틀버스가 하루에 몇번 다니며 인근 노인들을 데려올 정도로 인기가 많은 복지관이라고 한다. 평소 복도에 예닐곱의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함께 식사도 하는 일종의 커뮤니티였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56번 환자와 29번 환자가 1월 말쯤에 이곳 복지관을 방문해 식사를 했다며 당시 함께 있었던 100여명의 명단을 작성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당을 코로나19 접촉지로 보는 셈이다.

이날 구청 관계자들은 재차 복지관에 와서 제대로 폐쇄가 된 것인지 확인조사를 하고 있었다. 관계자는 "복지관 뿐만 아니라 맞은편 보훈회관도 폐쇄됐다"며 "복지관이랑 보훈회관이 제대로 닫힌 것인지 점검 차원에서 들렀다"고 말했다.

종로구청 측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방역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며 "철저히 대비하려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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