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SR 통합' 물건너가나…잇단 철도사고에 추진동력 상실

머니투데이 문영재 기자 | 2020.03.08 13:04

통합 연구용역 이미 중단…"정치적 고려보다 안전·고객서비스 우선해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수서고속철 SRT운영사)의 통합 작업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목소리가 철도 업계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철도 관련 대형 사고가 이어지고 이에 따른 '안전'이 부각되면서 양 기관의 통합 작업은 추진 동력을 잃은 채 관심에서 밀려나 있기 때문이다. 오는 10일 손병석 한국철도 사장과 조상수 철도노조위원장이 대표협상을 벌일 예정이지만 급여 인상과 인력 충원 등 현안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 코레일-SR통합 문제는 후순위로 밀릴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정부 "코레일·SR 통합 정해진게 없다"…연구용역 이미 중단


8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일단 철도안전에 대한 대책을 만든 뒤 철도산업구조개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코레일·SR 통합과 관련해서는) 정해진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해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코레일·SR 통합에 대한 연구용역(철도 공공성강화를 위한 철도산업구조 평가)을 진행했던 인하대 관계자도 "통합과 관련한 연구는 이미 중단됐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해지사유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코레일·SR 통합 문제는 급물살을 탔다. 전임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코레일·SR 통합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통합하면 KTX 요금 10% 인하의 여력이 있다"며 통합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국토부도 2018년 6월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다루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당시 국토부는 "현재 철도산업 구조에 대한 공정하고 정밀한 평가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철도산업 구조의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레일·SR 통합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질 않았다. 이승호 전 SR사장이 2018년 5월 돌연 사의를 표하는가 하면 통합 연구용역 수행과정에서도 공정성과 객관성 논란에 휘말렸다. 결국 석연치 않은 이유로 연구용역은 최종 보고서도 내놓지 못한 채 중단됐다.



잇따른 철도 사고…약해진 추진 동력


업계 안팎에서는 코레일·SR 통합 논의 과정도 거칠었지만, 2018년 KTX 오송역 단전사고 당시 코레일의 허술한 대응에 대한 비판이 커진데다 같은 해 12월 강릉선 KTX 탈선사고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여론이 '철도 안전'쪽으로 급속히 기울면서 통합을 밀어붙일 동력이 약해졌다는 얘기다.

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코레일·SR) 통합보다 철도안전부터 챙기고 그런 걸 해야 하지 않느냐는 게 국민들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손 사장은 "통합 문제는 정부가 철도산업구조 개편을 결정하면서 방향이 잡힐 것"이라며 "정부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통합에 한발 물러선 입장이다.

코레일·SR 통합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이번 정부 내에서는 다시 추진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음달 총선과 2022년 대선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통합 문제가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레일·SR 통합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자칫 철도정책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철도정책은 자체 경영과 고객서비스, 안전 등을 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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