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도 세대교체…'체어맨' 고민 빠진 재계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20.02.19 17:03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20년 신년회에서 새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재계가 '체어맨' 고민에 빠졌다. 3월 정기주주총회를 한달 남짓 앞두고 이사회 의장 교체 문제가 잇따라 부각되면서다. 주요 대기업에서만 삼성전자, 현대차, LG화학, 한진칼(대한항공) 등이 잇따라 이사회 의장 선임 문제에 부딪혔다.


현대차 22년만의 의장 교체


처한 상황은 자의반 타의반 제각각이다. 19일 이사회에서 이사회 의장 교체를 결정한 현대차는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의 경우다. 다음달 16일 이사회 의장 임기가 끝나는 정몽구 회장의 사내이상 재선임 안건을 주총에 올리지 않기로 하면서 아들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차기 의장을 이어받는 수순이 됐다.

정 수석부회장의 신임 이사회 의장 선임 여부는 주총 직후에 열리는 이사회에서 확정된다. '정몽구 시대'에서 '정의선 시대'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자연스럽게 이사회 의장도 부자간 승계가 진행될 것이란게 업계의 관측이다. 물론 일각에선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도 나온다.


차기 선임 안갯속…고민 깊은 삼성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재계 1위의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교체엔 외부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이상훈 이사회 의장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혐의로 지난해 12월 1심에서 실형을 받아 구속되면서 지난 14일 의장직과 사내이사직을 내놨다. 이 의장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 1년 남짓 남았던 데다 구속을 예상치 못했던 만큼 갑작스러운 차기 의장 선임 문제에 삼성전자 경영진도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내부 분위기를 종합하면 차기 의장을 기존 이사회에서 선출할지 이사회 멤버 외의 인물을 새로 선임해 의장으로 추대할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삼성 안팎에선 이사회 최고참인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기존 사내이사인 김기남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부문 부회장, 지난달 인사에서 고문으로 물러난 권오현 전 종합기술원 회장·윤부근 전 대외협력담당 부회장·신종균 전 인재개발담당 부회장 등이 물망에 오른다.

사내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하려면 2018년 3월 이사회에서 의결한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 분리 방침'을 스스로 깨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새로운 인물을 구하려 해도 국민연금이나 소액주주의 찬성을 이끌어낼 만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한진칼 사외이사 출신 의장 탄생하나


지난해 4월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엄수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영결식에서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당시 대한항공 사장(현 한진그룹 회장·오른쪽)과 두 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가운데),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맨 오른쪽) 등 유족들이 영결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남매의 난이 한창인 한진그룹에선 조원태 회장이 의장인 지주사 한진칼 이사회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겸직제도를 없애기로 한 데 이어 조현아 전 부사장·KCGI(강성부 펀드)·반도건설그룹의 3자 연합이 의장을 사외이사에서 선임하자는 주주제안을 내놓으면서 의장 선임 문제가 한층 더 복잡해졌다.

이사회는 조 회장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장에서 물러나는 안건도 결의했다. 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재무통 보폭 넓히는 LG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과 권영수 ㈜LG 부회장(오른쪽)이 지난달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G화학에선 그룹 지주사인 ㈜LG의 권영수 부회장이 다음달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된 뒤 이사회 의장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해 9월 인사에서 정호영 사장이 LG디스플레이 CEO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석이 된 사내이사직을 권 부회장이 채우면서 의장까지 맡는 그림이다.

이렇게 되면 권 부회장은 그룹 전자(LG전자·LG디스플레이) 계열사와 통신(LG유플러스)에 이어 화학까지 3대 핵심사업 경영에 모두 참여하게 된다.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 전문가로 구광모 회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권 부회장의 경영 보폭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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