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측 이사후보자가 사퇴 편지에 밝힌 결정적 이유는?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 2020.02.18 09:24

김치훈씨, 한진칼에 서신보내 사내이사 후보 사퇴, "내 순수한 의도와 다르다"

오른쪽이 조원태 회장, 왼쪽이 조현아 전 부사장./사진=한진칼
조현아 3자연합(조현아 전 부사장-KCGI-반도건설)의 한진칼 이사진 구상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조현아 측이 대한항공 출신으로 추천한 총 4명의 사내이사 후보 중 대한항공 출신의 후보였던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가 자진 사퇴했기 때문이다. 김 전 상무는 사퇴 이유에 대해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일이 진행됐다"고 설명하고 조원태 회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18일 한진칼에 따르면 김 전 상무는 17일 한진칼 대표이사 앞으로 서신을 보내 "3자연합이 추천하는 사내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상무는 "3자연합의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본인의 순수한 의도와는 너무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상무의 주장은 논란의 단초가 될 전망이다.

기본적인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이 무리하게 한진칼 이사후보를 추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어서다.

김 전 상무는 또 사모펀드 KCGI가 주장하는 재무-지배구조 개선이 회사 정상화가 아닌 주가부양을 위한 과정이라는데 회의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

조현아 3자연합은 앞선 13일 김 전 상무와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를 전문경영인(사내이사 및 기타 비상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사후보단의 좌장격인 김신배 전 부회장은 항공사 근무경험이 전혀 없고 이미 경영인 자리에서 물러난 지 상당기간이 지난 인물이다. 조 전 부사장 측이 인물난 속에서 '올드맨'으로 후보를 구성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 전 상무는 함 전 대표와 함께 전문경영인 후보 중 대한항공 근무 경험이 있는 2명 중 1명이다. 김 전무의 이탈과 함께 조현아 3자연합의 전문경영인 라인업의 항공사 운영 전문성은 한 층 약화됐다.

함 전 대표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역시 거취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함 전 대표마저 이탈할 경우 조현아 3자연합은 항공사 경영에 대한 노하우가 전혀 없는 인물들로만 한진칼을 경영하겠다는 구도가 된다.


김 전 상무는 오히려 조원태 회장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상무는 "칼 맨(KALMAN)으로서 한진그룹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동료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진그룹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대화합 함으로써 한진 그룹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도록 힘써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치훈 전 상무/사진=뉴시스
김 전 상무는 조 전 부사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런던지점장 등 해외지점장으로 여객과 운송 업무는 물론 호텔 전반에 대한 업무를 수행했다. 역시 호텔 업무에 집중한 조 전 부사장과 접점이 넓다. 2006년 대한항공을 떠나 한국공항 상무와 통제본부장으로 일했다.

조 전 부사장은 김 전 상무에게 직접 연락해 "도와달라"며 합류를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시던' 오너일가인 조 전 부사장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수락한 김 전 상무는 얼마 후 본인의 이름이 사내이사 명단에 포함된 것을 보고 적잖이 당혹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 측의 사내이사 명단 구성이 실질적으로 매우 급조됐다는 의미다.

3자연합에 영입됐던 김 전 상무가 조원태 회장에 대한 지지를 밝히면서 범 한진의 조원태 회장 지지는 더욱 공고해지는 양상이다. 대한항공 노조에 이어 한진그룹 내 2개 노조도 조 회장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 노조는 지난 14일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해 "외부 투기자본세력과 작당해 회사를 배신했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17일엔 대한항공 노조와 (주)한진, 한국공항 등 3개 노조가 공동 성명을 내고 조 전 부사장에 대해 "노동자들을 길거리고 내모는 복수심과 탐욕을 버리고 자중하라"며 "KCGI의 한진 공중분할 계획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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