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봉준호와 오스카캠페인, 마라 벅스바움 회장은 누구?

머니투데이 원종태 산업1부장 | 2020.02.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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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은 영화만 잘 만든다고 거저 주는 상이 아니다. 오스카 트로피를 받으려면 영화 못지않게 홍보를 잘해야 한다. 아카데미상 투표권이 있는 8429명 회원들에게 어떻게 영화를 어필하느냐가 관건이다.

'될 성 싶은' 후보작에 '오스카 캠페인'으로 얼마나 공을 들이느냐가 수상으로 다가가는 비결이다.

이 오스카 캠페인은 5개월이 넘는 대장정이다. 전년 9월 미국 콜로라도주 텔루라이드 영화제로 시작해 이듬해 2월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LA 돌비극장이 최종 목적지다. 한국 영화감독들은 누구도 오스카 캠페인을 해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 전인미답의 캠페인을 봉 감독은 어떻게 성공리에 끝냈을까?

출발은 지난해 5월 칸 영화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할리우드 영화 홍보대행사인 ID-PR의 마라 벅스바움 회장은 '기생충'을 본 뒤 큰 충격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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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전노장' 벅스바움은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남을 작품임을 단번에 알아챘다. 그는 기생충의 예술성과 상업성을 꿰뚫어 봤고, 봉 감독의 천재성과 인간적 매력에 빠졌다. 벅스바움은 봉 감독을 잡기 위해 그를 쫓아다녔다.

오스카 캠페인은 사실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미국 곳곳을 누비며 유명 영화제에 모두 얼굴을 비쳐야하고, 수많은 기자 인터뷰와 팬 미팅, TV에도 나와야 한다.

그렇게 전 미국인을 상대로 홍보하며, 아카데미상 투표용지를 받는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상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야 한다.

봉 감독은 미국 콜로라도주 텔루라이드 영화제를 시작으로 오스카 캠페인에 들어가 토론토 국제영화제와 판타스틱 페스트와 비욘드 페스트, 뉴욕영화제에 이르기까지 두 달 동안 모든 영화제를 빠짐없이 챙겼다. 배우 송강호는 첫 여정부터 쌍코피를 흘렸을 정도다.

때맞춰 지난해 10월11일, 기생충이 미국에서 개봉됐다. 봉 감독은 아예 LA 아파트로 거주지를 옮기며 홍보에 박차를 가했다.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인 네온은 오스카 컨설턴트사와 계약하며 본격적으로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준비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일까. 올해 1월 기생충은 골든글로브상을 거머쥐더니 전미비평가협회상과 전미배우조합상, 전미작가조합상까지 차지했다. 이런 쾌거들이 자연스레 시너지를 내며 아카데미상 4관왕 신화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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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은 오스카 캠페인 기간에 수많은 '어록'을 남겼다. 그는 세계의 '개인화'에 주목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고 알리는 한편 "(전편들과 달리) 순전히 한국적인 것들로 가득찬 기생충으로 여러 나라에서 이렇게 반응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봉 감독은 '연결'된 세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유튜브나 스트리밍이나 여러 가지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인스타그램이든 우리 모두가 이미 연결되고 있고 이제는 포린 랭귀지(외국어) 이런 것들이 장벽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긴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킹덤'을 본 외국인들이 한국 '갓'을 사는 시대다.

그러나 봉준호 어록의 백미는 바로 '사람'에 대한 고마움이다.

그는 기생충 배우와 스텝들에게 늘 감사했다. 그는 또 오스카 캠페인에서 500번 넘는 인터뷰의 통역을 맡은 최성재씨와 CJ ENM 해외배급팀 최윤희 팀장, ID-PR 벅스바움 회장, 네온 톰 퀸 대표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고맙다고 했다.

급기야 지난달 9일 할리우드 비평가협회 시상식 각본상 수상소감에서는 이런 말까지 했다. "제가 좋은 시나리오를 쓸 수 있게 해준 커피숍 주인들에게 이 상을 바칩니다"

기생충의 북미 흥행수입은 17일 기준 4434만달러로 1주일만에 28.7% 늘었다. 실로 고된 작업이지만 결국 사람들의 힘이 그걸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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