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기택네 살던 '반지하', 한국에만 있는 진짜 이유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 2020.02.15 08:30
"오스카를 수상한 영화 ‘기생충’은 허구이지만 사는 곳은 그렇지 않다. 그곳은 ‘반지하(banjiha)’라고 불리며, 한국의 수도 서울에는 수천명이 살고 있다."(영국 BBC 뉴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 4관왕을 차지하면서 한국의 반지하 주거공간이 조명받고 있다. BBC는 수천명이라고 표현했지만 반지하에 사는 사람은 지금도 수십만명에 이른다. 한때 서울 거주 가구 10곳 중 1곳이 반지하였다.


반지하에 사는 4인 가족 '기택네', 현실에선 1%...셋방살이가 60%


반지하는 한국 만의 독특한 주거 공간이다. 봉준호 감독도 칸영화제에서 "반지하는 영어나 불어에는 없는 단어로 한국만의 독특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반지하의 대부분은 수도권에 있다.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반지하(지하 포함) 가구는 36만4000가구에 이르고 이 중 95.9%가 수도권(서울 62.6%)에 몰려 있다. 수도권 외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반지하에 사는 사람(가구주 기준)의 절반 이상은 50대 이상이다. 20대는 3만9000가구로 10.7%를 차지한다. 일반(지상) 가구에서 20대 가구주의 비율이 6.5%인 것을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20대가 반지하에 많이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지하 거주자의 60.7%는 월세살이(보증금 없음 포함)를 한다. 무상으로 거주하는 사람도 4.7%나 된다. 반면 ‘반지하’가 자기집(자가)라고 대답한 사람은 3%밖에 없다. 집주인은 반지하에 살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4인 가족인 기택(송강호)네가 모두 함께 반지하에 살지만 실제 4인가구 중 반지하 사는 가구는 1%도 안된다. 대부분이 혼자인 경우가 많다. 기초생활수급가구도 상대적으로 반지하 삶을 사는 가구가 많다. 빈곤과 반지하는 떨어질 수 없다.



한때 서울 가구의 11% 차지...분단과 급성장이 만들어낸 '반지하'


영화 '기생충' 스틸컷


‘반지하’에는 한국의 분단 현실과 급성장이 담겨있다. 정부는 1970년 안보상의 이유로 대피용 지하층를 의무 설치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지하층 거주가 불법이었지만 암암리 주거용으로 개조해 셋방을 놓기 시작했다.

서울이 급성장하면서 주택 부족이 심각해졌고 결국 1976년에는 지하층에서 거주가 공식적으로 허용이 됐다. 이어 1984년 다세대주택이 도입되면서 독립된 세대로서 지하층 주거가 합법화됐고, 90년대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반지하가 크게 늘었다.

2005년만 해도 반지하는 서울 거주 가구의 11%를 차지했다. 하지만 주택의 주차기준이 강화되고, 침수지역에 대한 반지하 규제가 생기면서 반지하는 점점 줄기 시작한다. 현재는 서울 거주 가구의 약 2%로 줄었다.

반지하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김민규씨(35·가명)는 "옥탑방이 한여름 더위와 싸워야 했다면 반지하는 꿉꿉함과 곰팡이랑 싸워야 했다"며 "사람들이 쉽게 내려볼 수 있는 곳에 창문이 있어 항상 가리고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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