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IA, 동맹국에 '장비' 팔아 기밀 빼내…한국도 포함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 2020.02.13 06:08
스위스의 크립토AG 본사/사진=로이터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국중앙정보국(CIA)가 암호 장비를 파는 스위스 회사를 앞세워 한국을 포함한 120개국의 기밀 정보를 몰래 빼내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폭로했다.

WP는 11일(현지시간) 독일 방송사 ZDF와 함께 기밀문서인 CIA 작전자료를 입수해 스위스 암호장비 회사 '크립토AG'의 실체를 보도했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수십 년간 크립트AG는 각국에 암호 장비를 제작·판매해왔는데, 이 회사는 CIA가 소유하고 있었다. CIA는 당시 서독 정보기관인 BND와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회사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크립토AG는 2차 대전 당시 미군과 첫 계약을 맺고 전 세계 정부들에 암호 장비를 판매했다. 각국은 이 암호 장비를 통해 자국 첩보요원과 외교관, 군과 연락했다.

WP 폭로에 따르면 CIA와 BND는 미리 프로그램을 조작해 장비를 통해 오가는 각국 기밀 정보를 해제하고 가로챘다. 이 회사가 정보를 빼온 120개 국 중에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도 포함됐다.

이렇게 다른 나라 기밀을 쉽게 얻어내는 동시에 암호 장비 판매를 통해 수백만 달러 수익도 챙겼다.

CIA는 이 작전에 중대한 결정을 뜻하는 ‘루비콘’(rubicon)이란 이름을 붙였다.


1980년대 크립토AG의 가장 큰 고객은 사우디아라비아였으며 이란과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이라크, 리비아, 요르단 뒤를 한국이 이었다.

다만 미국 적대국이었던 옛 소련과 중국은 크립토AG가 서방 정보기관과 연계됐다고 의심해 이 회사 장비를 쓰지 않았다.

CIA는 이런 식으로 1979년 이란에서 발생한 미국인 인질 사태 당시 이란 실권을 쥔 이슬람 율법학자들의 내부 정보를 파악했고, 1986년 리비아 당국자들이 서독 베를린 나이트클럽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한 후 자축하는 것도 엿들어 이후 보복했다.

1992년 크립토AG 직원이 이란에서 체포돼 감금됐을 때 BND가 100만 달러 몸값을 지불하면서 회사는 공공연히 의심 받기 시작했다. BND는 이후 1990년대 초 작전에서 손을 뗐고, CIA만 계속 작전을 이어오다 2018년 다른 보안회사에 지분을 넘겼다.

WP는 CIA 내부 작전 문건과 BND가 편집한 구술사 등을 확보해 크립토AG와 두 정보 기관 전·현직 직원들의 증언을 통해 보도했다고 밝혔다. CIA와 BND는 WP측 확인 요청을 거부했으나 문건 진위를 반박하지도 않았다.

WP는 "CIA와 BND는 정보를 통해 다른 나라에 가해질 일을 알려 피해를 줄일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않았다"며 "안보 동맹을 강조해오던 미국이 동맹국들의 정보를 빼돌렸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현재 중국의 5G 장비 회사 '화웨이'가 장비를 각국에 판매해 기밀을 빼낼 수 있다며 동맹국들에 '불매'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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