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가 비말(침방울), 신체 접촉 뿐 아니라 대변 , 오줌 등 배설물로도 옮길 수 있다는 학계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 층간 공용 사용되는 화장실 배관시설과 환풍구 등이 바이러스 전염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어디까지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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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아파트 110명 긴급 대피 소동…다시 회자되는 7년 전 '타오다 아파트의 악몽'━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병때도 같은 일이 있었다. 홍콩의 타오다 아파트 화장실에서 배수구를 통해 바이러스가 퍼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당시 조사된 경위는 이렇다. 사스에 감염된 환자가 머물던 아파트 7층 화장실 변기가 고장이 났고 그의 설사가 바닥으로 흘러넘쳤다. 이 아파트는 배설물을 옮기는 우수 배관과 공기 파이프가 이어져 있던 탓에 사스 바이러스가 위아래 층으로 퍼져나갔을 가능성이 나왔다. ‘대변-구강’ 경로를 통해 전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던 것. 이 때문에 해당 아파트 주민 321명이 감염됐고 42명이 사망한 대참사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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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 업계 "가능성 희박" vs 학계 "배설물 에어로졸 상태면 가능"━
이와 관련 세계보건기구와 전문 의료인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하지만 학계는 가능성이 아예 없는 얘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몸속 바이러스는 사람의 배설물에서도 서식할 수 있다. 또 코로나19가 사스와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계통으로 85% 유사한 특징을 지녔다.
배출 경로가 호흡기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때문에 인간 배설물을 통한 전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의 의료진은 지난 1일 감염 확진 환자의 대소변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종구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도 최근 같은 맥락의 주장을 펼친다. 이 교수는 지난 3일 한국과학기술관에서 열린 ‘과실연(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신종코로나, 긴급 전망과 정부 및 시민의 대응 방향‘ 오픈 포럼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입과 코, 눈의 점막뿐만 아니라 소변과 대변을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 근거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대한 분석 자료와 최근 중국 광둥성 선전 보건당국의 발표를 들었다.
이 교수는 “사스 바이러스는 소변에서 24시간, 대변에서 2일, 설사에서 4일까지 생존했다”며 “2일 중국 광둥성 선전 제3인민병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의 대소변 샘플을 검사한 결과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리보핵산(RNA)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를 의식한 듯 중국 선전에 있는 제3인민병원 연구진은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경우 변기 물을 내릴 때 배설물의 미세한 입자가 공기 중에 퍼지면서 같은 화장실을 쓴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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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화장실 위생 스스로 지켜야…공용건물 화장실 환풍구 멸균 등 조치 조언도━
공중 보건의들이 다른 이들의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선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경우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변기에 앉은 채 물을 내리는 건 가급적 피해야 할 습관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12일 배포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등 신종 감염증 사태에 대한 대처방안 제언’ 보도자료에서도 소화기 감염이 확인된 사스와 같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역시 분변으로 인한 바이러스 방출이 있고, 분변 오염물이 입을 통해 소화기로 전염되는 분변-구강 전파보다는 분변에 오염된 매개물이 호흡기를 통해 감염을 일으킬 확률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와 오피스텔은 대부분 중앙공조방식으로 건물 내 공기가 전체 시설 영역에서 공유되는데 공조기를 통해 감염원들이 전체로 확산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이 같은 감염균과 바이러스가 호흡기로 유입되지 않도록 화장실 환풍구 등에 광학멸균필터를 달아 감염원을 없애는 연구 등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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