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창업가·법률인'의 이름으로…홍정민의 정치

머니투데이 유효송 , 이수연 인턴 기자 | 2020.02.27 08:28

[the300][2020스카우팅리포트]

더불어민주당 영입 인재 홍정민 주식회사 로스토리 대표/사진=유효송 기자
“주위 사람들은 반대가 아무 의미 없다는 걸 알고 있어요. 저는 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하거든요 ” (웃음)

목소리는 작지만 눈빛은 강단 있다. 더불어민주당 여섯 번째 영입인사인 홍정민(41) 로스토리 대표는 정치입문에 대한 지인들의 반응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홍 대표는 유은혜 교육부 장관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병에 전략공천되며 본격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자신의 별명이 '천재소녀'라고 수줍게 소개한 홍 대표는 머리가 좋은 게 아니라 부단한 노력파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고등학교 시절 학원을 다니지 않아 선행학습을 못하자 그는 특유의 집요함을 발휘한다. 공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음식점에서 가장 빠르게 나오는 메뉴를 선택하느라 방학 내내 점심 저녁으로 철판볶음밥만 먹었다. 이렇게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해 차석 졸업을 했다.

2001년 삼성화재 입사 후 5년동안 회사 생활을 하다 육아 문제로 퇴직했다. 홍 대표는 근성으로 빈 경력 칸을 고시 공부로 채워 넣었다. 스물 다섯에 결혼해 이미 자녀까지 둔 아줌마였다. 남편이 육아를 같이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아이가 잠든 틈을 타 법서를 펼쳤다. 독학으로 공부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홍 대표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삼성경제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AI를 기반으로 법률서비스를 구축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성공한 엘리트로 '기성세대'의 특권을 누렸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홍 대표는 "스스로 열심히 살았지만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제도나 기회가 늘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도전했을 때 고통과 리스크는 있지만 결과가 좋아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 여의도에서는 청년과 기성 세대 사이의'낀 세대'로서의 정체성을 소통의 창구로 삼겠다고 한다. 한달차 정치 신인이지만 자신이 가졌던 워킹맘·창업가·학부모의 이름으로 평범한 시민들을 대변하겠다는 것.

홍 대표는 "아이를 실제로 낳기 전까지 항상 자신이 있었고 이런(경력단절의) 어려움이 있을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막상 아이를 낳고보니 작은 도움 하나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더라"고 했다. "워킹맘, 전업주부, 중소기업 창업자, 학부모 등 다양한 정체성을 '당사자'로 경험하다 보니 각 분야를 이해하는 실생활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홍정민 주식회사 로스토리 대표/사진=유효송 기자


-정치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 변호사를 하면서 법안 발의, 경제연구소에서 일하면서 규제 관련 일을 많이 해 입법 관련 관심은 있었다. 그러나 연구와 기초자료만 만들었던 터라 정치 전면에 나설 생각은 하지 못 했다.

민주당 영입 제의에도 세 번 정도 거절했다. 직업 정치인의 길을 쭉 걸은 것도 아니라 고민이 더 깊었다.

그런데 민주당 측에서 이 시대에는 누구 한 명이 모든 사람을 대표하거나 의견을 담을 수 없어서 다양한 일을 많이 해본 사람이 필요하다고 설득했다. 아이를 키우고 사업을 하는 평범한 시민으도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정치 입문을 결정했다.

-인생의 변곡점마다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모험을 좋아하나.

▶사실 소심하고 안정 지향적인 사람이다. 그런데 도전을 하나씩 할 때마다 성취가 있었다. 90년대 학번으로 취업 당시 2000년대 중반 우리나라는 호황이었다. 좋은 학교를 나오기도 했지만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직후 인력난이 심해 일자리를 구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사법고시를 시작했을 때도 1000명정도 뽑는 시기였다.

노력도 했지만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제도나 기회가 늘 있었다. 자신 없고 평범한 사람에게도 기회를 주고 성취를 맛보게 하면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기회를 공정하게 주고 안전망을 마련해주면 저와 같은 소심한 인재도 도전해볼 수 있다는 걸 안다. 누구나에게 도전의 기회를 주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본인이 가진 수많은 정체성 가운데 가장 대표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 정도다. 우선 창업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느껴봤기 때문에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을 대표하고 싶다. 또 저에게 20년 동안 숙제이기도 했던 워킹맘으로서의 문제도 해결하고 싶다.

육아 문제와 관련한 부분에서 목소리를 내고 싶다. 큰 아이가 3살 때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풀타임 직장을 얻을 때까지 9년이 걸렸다. 사법연수원도 육아 때문에 2년짜리를 5년 만에 수료했다.


출산과 육아휴직 부분은 많이 개선돼 그 단계의 워킹맘들은 많이 살아 남았다. 그러나 자녀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일을 그만두고 경력 단절을 겪는 여성들이 많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하루종일 학원에 보내기도 어렵고 방과후 학교를 마련해줘도 폐강이 많이 된다. 이런 부분들은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 지역에서 돌보미 시설을 운영하는 등의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국회의원이 돼 1호 법안을 발의한다면.

▶창업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고 싶다. 기술창업의 성공률은 5%이고 5년 내 생존률이 28% 밖에 안된다. 자금조달, 규제 리스크,인력 부족, 실패 후 빈약한 안전망 등을 해결하고 싶다.

경제연구소 있을 때 2년 이상을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스타트업 트렌드를 연구하고 사업 모델도 이론적으로 많이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생각대로 사업이 구현되지 않아 개발 시간이 길어지고 오픈 후에도 수익이 없었다.

그 때 필요한 게 초기자금 조달이다. 그러나 벤처 캐피탈 투자를 받으려면 3년에서 7년 정도 사업성이 검증된 단계를 거쳐야 한다. 기술평가도 까다롭고 절차가 복잡하다. 이런 부분을 개선하고 싶다.

사업이 성장한 뒤에는 규제리스크가 있다. 규제 불확실성도 완화하거나 불확실성 제거하는 게 필요하다. 사업은 운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능력이 똑같이 있더라도 불운하게 실패할 수 있다.

모두 다 사회에서 낙오시키면 새로 도전하고 싶은 사람이 줄어든다. 이러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하는 '벤처생태계 구축 법안'을 만들고 싶다.

-규제와 관련한 논쟁이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신산업과 기존 산업이 충돌할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파이를 뺏어간다는 식으로 본다면 힘든 부분이다. 기술 발전 자체를 막을 순 없다. 발전을 따라가되 과도기에서 생기는 문제들은 정부나 국회가 나서서 제도적으로 해결해줘야 한다.

'타다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법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신산업을 살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산업의 반발은 결국 서로의 의견을 많이 들어보는 수밖에 없다. 답은 딱 하나로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꼭 바꿔야 할 부분은 뭐라고 생각하나.

▶정치인이 아닌 입장에서 봤을 때 가장 이해되지 않는 건 '진영논리'다. 우리 세대는 이념으로 대비되는 경우를 거의 겪어보지 못했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영역의 구분을 오히려 이상하게 여긴다.

우리 시대의 사회문제는 다양하다. 페미니즘을 지향하지만 안보관은 보수적일 수 있다. '다중대표'가 익숙한 세대다. 한쪽에서 제안한 정책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기 전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정당의 태도나 소통하지 않으려는 모습은 기성 정치에서 제일 이해되지 않고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느낀다.

-국회에 입성해도 초선의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을 수 있는데.

▶처음 창업했을 때 ‘이상은 높게 설정하되 현실적 방안’을 끊임없이 찾았다. B2C( 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 모델로 시작해 변형을 겪고 B2B( 기업간 전자상거래) 모델로 바꾸는 등 계속 변화를 거듭해왔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초선으로 활동 범위가 제한적일 수 있지만 기존의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나서겠다. 여야의 구분과 상관없이 공감 가는 부분에는 정책 연대로 나아갈 수 있다. 틀에 갇히지 않는 해결책을 찾아보면서 영역을 넓혀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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