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변' 고유정의 결심공판 원맨쇼 "이 몸뚱아리 그날 다 줬으면…"

머니투데이 제주=유동주 기자 | 2020.02.11 09:03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16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2019.9.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고유정(36)이 1심 결심공판에서 범행을 부인했다. 고유정은 최후진술을 통해 "내 목숨, 내 새끼 모든 걸 걸고 아닌 건 아니다"며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계획적으로 살해했다는 검찰 기소내용에 대해 반박했다.

10일 오후 2시부터 4시간가량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고유정은 전 남편의 성폭행을 피하려다 발생한 우발적 범행이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의붓아들 사망사건에 대해선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범행자체를 부인했다.

긴 머리를 풀어내려 왼쪽 얼굴을 가린 고유정은 시종일관 재판석 방향만 바라보며 재판부를 향해 결백을 호소했다. 최후변론과 최후진술에 앞서 재판부는 고유정을 상대로 2시간 가량 직접 질문을 했다.



"판사님과 제 뇌를 바꿔서라도 설명해드리고 싶다"


1심 마지막 공판인 이날 고유정은 손짓을 섞어가며 구체적으로 상황을 묘사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결백함을 호소했다. 달변인 고유정은 2시간 동안 여러 차례 울먹이기도 하면서 재판부가 의구심을 품고 묻는 부분에 대해선 당시 사정에 대해 본인 입장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피고인 신문 막바지에선 재판부가 의심섞인 질문을 이어 가자 고유정은 "판사님과 제 뇌를 바꿔서라도 설명해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정신과 처방약에서 졸피뎀 성분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 의붓아들 사망당일 밤 집안 내에서의 동선과 휴대폰 사용여부, 반복된 임신과 유산으로 인한 갈등 과정 등을 고유정에게 묻고 확인했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돼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된 고유정(36)이 7일 제주시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5일 신상공개위원회 회의를 열어 범죄수법이 잔인하고 결과가 중대해 국민의 알권리 존중 및 강력범죄예방 차원에서 고씨에 대한 얼굴과 이름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영상캡쳐)2019.6.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 남편은 '성폭행 시도', 현 남편은 '폭력적이고 거짓말쟁이'


고유정은 전 남편에 대해선 성폭행 시도로 우발적 사건을 자초했다며 비난했고, 현 남편에 대해선 거짓말을 자주하고 폭력적이었다며 깎아내렸다.

변호인 최후변론에선 남윤국 변호사는 현 남편과 고유정이 부부싸움을 하는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재생시켰다.


'미친 X', '너 같은 X' 등 서로 쌍욕을 하며 싸우는 대화 내용은 고유정이 녹음한 것으로 의붓아들 사망 뒤 잦은 싸움 과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녹음 파일 속 고유정은 침착하고 냉정하게 상대방 현 남편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었고 현 남편은 감정을 못 이겨 소리치며 욕설을 하고 있었다.

11일 제주동부경찰서는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CCTV영상을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구입 물품은 방진복, 커버링, 덧신이다.(제주동부경찰서 제공)2019.6.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변호인 "졸피뎀 섞은 카레 먹어봐서 아는데…"


남 변호사는 사망한 피해자들을 잠들게 하기 위해 쓰인 것으로 검찰에 의해 지목된 '졸피뎀(수면유도제)'을 직접 먹어봤다며 졸피뎀은 의도적 살인 계획에 쓰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카레에 졸피뎀을 넣으면 맛이 변해 금방 알 수 있다"며 "직접 제가 카레에 넣어 먹어 보았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졸피뎀은 그저 잠을 돕는 약으로 힘을 빠지게 하거나 몽롱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피해자(전 남편)는 졸피뎀 투약 여부와 무관하게 피고인(고유정)을 제압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피고인에겐 살인 동기가 없었고 의도나 계획도 없었다"며 "사건 직후 매우 당황해 욕실에 남편 사체를 두고 밤새 아이와 함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펜션에서 퇴실시간에 쫓겨 주인에게 시간 연장을 문의한 것도 뜻하지 않은 사건이 갑자기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을 반복했다.



재판장 "피해자 인격권에 관한 내용 조심해 달라"


남 변호사는 사망한 전 남편의 휴대폰 카톡 내용과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을 제시하며 이혼 후 전 남편의 여자관계 등 사생활을 문제시하는 변론을 하다 재판장에 의해 제지당하기도 했다. 재판장은 "사망한 피해자의 인격권에 관한 내용은 조심해 달라"고 경고했다.

최후진술에서 고유정은 "판사님들이 제발 한번이라도 다시 훑어봐 주시고 저 여자가 왜 그랬을까 생각해 봐 주셔달라"며 "언젠가는 모든 진실이 밝혀질 거라 믿고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고유정은 최후진술을 하다 갑자기 울먹이며 "이 몸뚱아리가 뭐라고 (전 남편이)원하는 대로 다 줬으면 제 아이와 이런 기약없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텐데 이렇게 오래 고통을 겪을 줄 몰랐다"고 했다. 이어 "돈 받으면서 성매매도 하고 그러는데 제 몸이 뭐 귀하다고 그랬는지 그냥 그때 원하는 대로 내줬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텐데 나 때문에 아이가 아빠 잃고 엄마 잃게 됐다는 그런 생각을 구치소에서 매일 한다"고 주장했다.

고유정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20일 오후 2시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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