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몸뚱아리 다 줬으면…" 끝까지 억울함 호소한 고유정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 2020.02.11 08:27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5차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는 모습./사진=뉴스1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고유정(37)이 선고 전 마지막 공판에서도 반성 없이 변명으로 일관했다. 고유정은 2건의 살인혐의와 관련해 "판사님과 머리를 바꿔 보여주고 싶다"라며 모르쇠 주장을 이어나갔다.


"판사님과 뇌를 바꾸고 싶다"…범행 부인한 고유정


고유정은 지난 10일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정봉기) 심리로 열린 12차 공판에서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고유정 측의 최후진술과 최후변론에 앞서 재판부가 고유정을 상대로 직접 궁금하거나 의문스러운 점 등을 질문했다.

정 부장판사는 수차례 유산과 피해자(의붓아들)만 아끼는 현 남편을 향한 적개심에 살해계획을 세운 것 아니냐"고 묻자 고유정은 "전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어 재판부가 "의붓아들을 살해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말에 고유정은 "정말 그건 아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 공소장 내용은 다 억지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의붓아들 사건은 제가 범인이 아니다"며 "당일에 현 남편과 저만 있어서 현 남편이 아니라면 저인데, 나는 절대 아니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재판부는 또 고유정이 현 남편과 문자메시지 등으로 싸우는 과정에서 뜬금없이 잠버릇을 언급한 부분을 물었다. 재판부는 "(문자 메시지 대화에서) 흐름상 나오지 않아도 될 이야기가 나온다. 현 남편의 잠버릇 언급은 매우 뜬금없다"며 "왜 갑자기 잠버릇을 이야기했는지 알고 싶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고유정은 "제가 말주변이 없어 대화가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남편 기분을 풀어주려고 화제를 전환하려다 보니 잠버릇 얘기를 꺼낸 것"이라며 "뜬금없다는 부분은 현 남편의 기분이 풀렸다는 느낌이 들어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해명했다.

고유정은 재판부의 계속되는 추궁에 "판사님과 저의 뇌를 바꾸고 싶을 만큼 답답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고유정, 재판부에 "저 여자가 왜 저랬을까 생각해달라" 요구


고유정(36)이 지난해 5월28일 제주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환불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

고유정은 이어진 피고인 최후진술에서 전 남편의 성폭행을 피하려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유정은 "내내 생각했다. 이 몸뚱아리가 뭐라고. (전 남편이) 원하는 대로 다 줬으면 제 아이와 이런 기약 없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돈을 받고 성매매도 하는데 제 몸이 뭐 귀하다고 그랬는지, 그냥 그때 원하는 대로 내줬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나 때문에 아이가 아빠도 잃고 엄마도 잃게 됐다는 생각을 구치소에서 매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고통스러운 시간이 있을 줄 알았다면 그때 원하는대로 하게 했을 것이다"며 "검찰과 경찰, 재판부, 아이 아빠 등 관계자들에게 저 하나 때문에 고생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해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고유정은 또 "정말 믿을 곳은 재판부와 변호사 밖에 없다"라며 "재판부는 저 여자가 왜 그랬을까 생각해봐달라.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거라 믿고 버티고 있다. 현명한 판단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고유정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오는 20일 오후 2시 제주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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