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선거개입 위법 알고 있었다" 박형철의 자백이 미칠 영향은

머니투데이 이정현 기자 | 2020.02.10 10:45

[the L]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사진=뉴스1



"위법임을 충분히 인식했다"

검찰의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공소장이 최근 공개되면서 기소된 13명 중 박형철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인물 중 유일하게 청와대의 불법성을 인정한 인물이라는 점이 공소장을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박 전 비서관은 기소 전 수사과정에서도 검찰에 가장 적극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전개될 재판 과정에서도 그의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박 전 비서관은 백원우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으로부터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위의혹 첩보를 전달받고 이를 경찰청에 하달했다는 의혹으로 지난달 29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7일 언론을 통해 공개된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박 전 비서관은 자신이 위법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자백했다. 첩보를 생산한 뒤 이를 수사기관에 하달하는 것은 청와대의 권한 밖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공소장에는 "박 전 비서관은 범죄첩보서의 내용을 직접 읽어 보고는, 해당 범죄첩보서의 생산 내지 수사기관에 하달하는 것이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실, 반부패비서관실 등 대통령비서실 내 어느 부서의 권한이나 업무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심각한 위법임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적시돼 있다.

또 "(박 전 비서관은)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제공한 첩보라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 같은 비서관실 내에서 근무 중이면서 2선 의원 출신으로 청와대 내에서 입지가 굳은 백 전 비서관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고도 적시돼 있다. 이어 "범죄첩보서 내용의 진위에 대한 검증절차나 첩보출처 등 기본적인 확인 절차도 전혀 거치지 않은 채 백 전 비서관이 지시한대로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경찰 파견 연락관에게 범죄첩보서가 백 전 비서관으로부터 받은 것임을 설명해주고 그대로 경찰청에 하달하게 했다"고 적혔다.


박 전 비서관은 서울동부지검에서 이번 사건 관련 조사를 받을 당시에도 검찰 수사에 상대적으로 다른 피의자들보다 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조국 당시 민정수석의 지시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했다" "김 전 시장 첩보 문건은 백 전 비서관이 만들었다"는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비서관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각별한 사이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대외적으로 각인 시켰던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에서 부팀장을 맡았다. 당시 팀장은 윤 총장이었다. 검찰 고위직으로부터 댓글 사건을 선거법 위반으로 처리하지 말아 달라는 압력을 받을 때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던 사람도 박 전 비서관이라고 한다. 결국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은 수사외압을 폭로했고 둘은 모두 지방 고검으로 좌천됐다.

이랬던 박 전 비서관이 결과적으로 윤 총장의 기소 결정으로 법정에 서게 되자,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박 전 비서관을 내쳤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 관계가 틀어져서라기 보다는 박 전 비서관이 청와대 내에서 벌어진 위법을 견디지 못하고 자백했고 윤 총장이 원칙대로 기소를 결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박 전 비서관의 상황에 대해 "윤 총장도 몹시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한다.

박 전 비서관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밝힌 진술은 이번 재판의 향방을 좌우할 결정적인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공안검사 출신인 박 전 비서관은 검찰 내 선거법 전문가였다. 그런 그가 당시 청와대 내에서 벌어진 불법적인 업무 처리 과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은 다른 피고인들 행위의 위법성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비서관과 함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백 전 비서관이나 조 전 수석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박 전 비서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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