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전 부사장과 KCGI(강성부펀드), 반도건설 등 3자 연합의 최대 명분은 명망있는 전문경영인과 사외이사를 추천해 조 회장 중심의 경영구도에 변화를 준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한진칼 주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과 사외이사 후보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조 전 부사장 측은 감감무소식이다.
10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한진칼은 최근 이사회에서 결정한 자산매각방침을 실현하기 위해 본격적인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재무구조 개선안과 함께 본인이 맡고 있는 한진칼 이사회 의장 자리도 잠정 반납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들을 내놨다.
핵심은 한진칼 이사진 구성이다. 한진칼은 정관상 사외이사 숫자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조 전 부사장 측에서 원한다면 얼마든지 공신력 있는 인물들을 사외이사로 추천할 수 있다. 기관투자자들과 개인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길이다.
당초 조 전 부사장 측이 주주제안과 함께 사외이사 후보명단을 지난주 공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사외이사 명단 공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 전 부사장 측이 앞으로도 사외이사 추천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의 편에 서서 자신을 사외이사로 추천해도 좋다는 중량급 인물이 없다는 의미다.
주주제안 시한인 이달 중순까지 조 전 부사장 측이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조 회장 대 조 전 부사장 간 '남매의 난'은 조 회장 쪽으로 급격히 기울 수 있다.
조 전 부사장의 사업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호텔 사업 구조조정도 조 회장이 먼저 선언했다.
한진그룹의 호텔사업 주력인 칼호텔은 최근 5년 연속 적자를 냈다. 누적 적자만 400억원을 넘어 "정리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언제 정리 하느냐"는 선언만 남은 상태였다. 조 전 부사장은 정리선언에서도 선수를 뺏겼다.
전문가들은 "조 회장이 미국 LA 월셔그랜드호텔 등 적자 사업의 매각을 선언한데다 지배구조 개선안도 일부 내놓아 조 전 부사장 측에선 공격할 명분이 거의 사라진 셈"이라며 "이런 국면이라면 3자 연합 중 KCGI와 반도건설은 출구 전략을 찾기도 힘들게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미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가가 요동치지 않고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것도 양측의 경영권 분쟁에서 조 회장이 유리하다는 점을 방증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