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대전 '승리' 트럼프…진흙탕 싸움 시작된다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 2020.02.06 13:44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핵 절차가 시작된지 134일만에 모든 혐의에서 벗어났다. 미 상원이 5일(현지시간) 실시한 탄핵 찬반투표에서 ‘무죄’ 판단을 내리면서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에서 불거진 탄핵 논란은 막을 내리게 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까지 위기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상원은 이날 실시한 탄핵 찬반투표에서 대통령이 받고 있는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 두 가지 혐의에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렸다. 권력 남용 혐의에 대한 무죄 판단은 52표, 유죄는 48표였다. 의회 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53표, 유죄 47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자신의 트위터에 “탄핵 거짓말서 우리 국가가 승리했다”면서 6일 관련 연설을 예고했고, 백악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면죄와 지지를 얻었다”고 자축했다. 반면 탄핵정국을 주도했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아무런 가치없는 결과”라면서 “트럼프는 영원히 탄핵된 채로 남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역사상 세번째 탄핵 오른 대통령…민주당이 배운것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가 5일(현지시간) 상원 탄핵 부결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로이터통신은 이날 “탄핵 재판은 끝났지만 오는 11월 대선까지 이야기는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험요소들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대선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측은 한층 더 격한 진흙탕 싸움을 벌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제부터 공화당과 민주당은 부동층 유권자, 스윙보터(swing voter) 잡기에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완전한 면죄’를 받았음을 내세울테고, 민주당은 ‘트럼프 타도’라는 목표가 더욱 분명해지면서 내부적으로 뭉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탄핵안 부결이 부동층 뿐만 아니라 민주당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래리 사바토 버지니아대 정치연구센터 책임자는 “이번 탄핵안 상원 부결로, 민주당에게 이득이 된 점은 많은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재선에 성공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길 시스네로스 하원의원(캘리포니아, 민주)는 “사람들은 공화당이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진실을 알기 보다는 대통령을 보호하는 데만 혈안이 돼있다고 깨달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탄핵 무산에도 조사는 계속된다


5일(현지시간) 미 상원 트럼프 탄핵 찬반투표에서 공화당 당론을 무시하고 유일하게 탄핵 탄성표를 던진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 /AFPBBNews=뉴스1


탄핵 절차는 종료됐지만 민주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조사를 지속하는 것이 가능하다. 민주당측은 투표 직후 이번 사태의 핵심으로 꼽히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소환을 시사했고, 유일하게 공화당에서 탄핵 찬성표를 던진 밋 롬니 상원의원(유타)도 조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민주당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의 부패 혐의에 대해 수사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주요 의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사를 착수하지 않을 경우 우크라이나 군사원조를 철회하겠다고 위협했다고 알려졌다.

AP통신도 “탄핵은 끝났지만 우크라이나 문제는 종결과 한참 멀다”면서 “대선기간 내내 새로운 증거 자료와 증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괴롭힐 것”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뇌물수수 및 금융사기 등 각종 재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도, 포르노 여배우와의 섹스스캔들부터 탈세, 명예훼손 등 17개에 달한다. 민주당 입장에선 9개월가량 남은 대선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할 수단이 많은 셈이다.

펠로시 의장도 이날 조사를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구체적 답변은 내놓지 않았지만 “하원은 여론과 법에 따라 미국의 헌법을 보호하고 균형을 맞추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깊어진 감정의 골…진흙탕 싸움 시작


가디언지는 대선까지 공화당과 민주당이 진흙탕 선거 싸움을 벌일 것으로 봤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공화당이 ‘탄핵 실패’로 공격할 것에 대비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터무니 없는 행위’들을 공격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공화당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펠로시 의장이 연설문 원고를 대통령의 면전에서 갈기갈기 찢은 것을 두고 불신임안을 제출하는 등 들끓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후 연설문을 찢고 있다./AFPBBNews=뉴스1

전날 두 앙숙은 국정연설 전후로 깊은 감정의 골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시작 전 펠로시 의장의 악수 요청을 무시했고, 트럼프 대통령 바로 뒤에 자리한 펠로시 의장은 연설 내내 딴 곳을 보거나 고개를 젓는 등 불편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연설 직후엔 자리에서 일어서 연설문을 높이 들어올린 뒤 갈기갈기 찢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트럼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국정연설 시작 전 펠로시 의장의 악수 요청을 무시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후 펠로시 의장은 하원 민주당 비공개회의에서 “거짓투성이 선언문”이라며 “그가 진실을 조각냈기 때문에 나도 연설문을 조각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측은 탄핵정국 도중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에 분노하는 지지자들로부터 막대한 후원금을 받은 것과 유사하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주당 지지자들이 공격적으로 후원금을 낼 것을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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