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 찢은 펠로시…백악관·폼페이오 '조롱' 가세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 2020.02.05 18:08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끝난 직후 연설문을 찢는 모습. /AFPBBNews=뉴스1
4개월 만에 만난 '앙숙'은 전세계 앞에서 서로 한방씩 주고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의 악수 요청을 무시했고,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의 연설문을 갈기갈기 찢었다.

4일(현지시간) 더힐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세 번째 국정연설이 끝난 뒤 백악관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까지 펠로시 의장 비난에 가세했다.

이날 국정연설은 뉴욕타임스(NYT), CNN 등 외신들이 '당파적 갈등만 드러난 트럼프 쇼'였다는 평가 나올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이 서로 도발적인 행동으로 상대를 자극했다.

먼저 불씨를 당긴 건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연설 시작에 앞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주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듯, 이를 무시했다. 트럼프 대통령 바로 뒤에 자리한 펠로시 의장은 연설 내내 딴 곳을 보거나 고개를 젓는 등 불편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펠로시 하원의장의 악수 요청을 무시하는 트럼프 대통령. /AFPBBNews=뉴스1
연설이 끝나자 펠로시 의장은 자리에서 일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문을 높이 들어올린 뒤 갈기갈기 찢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펠로시 장관은 "주어진 대안을 생각해봤을 때 이는 정중한 행동이었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백악관과 폼페이오 장관까지 나서 펠로시 의장에게 조롱을 쏟아냈다.


백악관은 트위터 공식계정에 "펠로시 의장이 연설문을 찢었다"면서 "연설문에는 2차대전 공수부대의 마지막 생존자, 총기사건 피해자 가족, 가족과 상봉한 군인 등 그녀의 유산이 담겨있었다"고 비판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원(공화당)도 "펠로시가 얼마나 불쌍한지 보라"면서 "종이를 찢어도 미국인이 승리하고 있고, 민주당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불명예스럽다"거나 "사과하라"는 등의 의견을 성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올린 트위터. /사진=마이크 폼페이오 SNS.
폼페이오 장관은 애니메이션 '심슨가족'에서 캐릭터 리사 심슨이 울면서 종이를 찢는 장면을 트위터에 올리며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극중 리사 심슨은 워싱턴에 갔다가 부패한 하원의원이 뇌물을 받는 것을 보고 충격에 빠진다"면서 "민주주의 신념이 무너진 리사는 울면서 '미국의 가치'에 대해 쓴 자신의 원고를 찢어버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80여분간의 연설에서 경제, 무역, 안보 등 성과 강조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5일 상원에서 찬반 표결을 앞둔 탄핵투표나, 앞서 두 번의 국정연설에서 빠짐없이 거론했던 북한 문제 등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베스트 클릭

  1. 1 [단독]구로구 병원서 건강검진 받던 40대 남성 의식불명
  2. 2 박지윤, 상간소송 와중에 '공구'는 계속…"치가 떨린다" 다음 날
  3. 3 [단독] 4대 과기원 학생연구원·포닥 300여명 일자리 증발
  4. 4 중국 주긴 아깝다…"통일을 왜 해, 세금 더 내기 싫다"던 20대의 시선
  5. 5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쯔양 복귀…루머엔 법적대응 예고